[김동우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자본(資本) 하면, 물질이든 비 물질이든 웬만한 무엇을 살 수 있는 현금이나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능력이 떠오른다. 학문과 용도에 따라 그 정의가 다르지만, '돈'이 '자본'이다. '자본'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밑천'을 일컫는다. 화폐, 토지, 노동, 시설 등 재화의 총체다. 이는 보편적, 경제학적 정의다. 자본 유무와 정도에 따라 기업 가치와 성패가 좌우된다.

인간 가치와 품격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이 역시 자본이다. 독일 영문학자 도리스 메르틴이 이 자본을 연구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돈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라는 가설을 설정한 뒤 7가지 자본을 들어 검증했다<아비투스:다산초당>.

첫째 심리자본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잠재력 등을 온전히 실현하느냐 아니면 중간 혹은 바닥에 머물게 하느냐의 심리적 안정감이다. 마음의 크기, 즉 '그릇'을 일컫는다. 심리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은 '급(級)'이 다르다. 항상 격식을 갖추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돋보이며 타인에게 관대하다.

둘째 문화 자본이다.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갖기 어려운 자본이다. 선망과 존중을 받는 취향, 몸에 밴 고급문화와 탁월한 사교술, 주의 깊고 한결같은 생활양식, 용기 있는 개별성이다. 이 자본이 많을수록 부유함이 덜 드러난다.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지만, 자기 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셋째 지식 자본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위, 지식, 경력, 자격증, 역량 등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지식에서 가치 창조하기, 지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요약해 비축하거나 최고 능력으로 바꾸기 등이다. '창의성은 신의 선물이 아닌 누구에게 열려 있음'을 증명하는 자본이다. 정보 접근과 지식 확장이 최대 관건이다.

넷째 경제 자본이다. '얼마나 가졌는가.' 소득, 현금, 부동산, 주식, 연금, 보험, 상속 재산 등 모든 물질적 재산이다. '어쨌든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고정관념의 자본이다. 높은 경제 자본은 분명 삶을 싶고 편하게 한다. 돈은 욕구 충족의 수단에서 끝나지 않고 성과, 명성, 성공의 척도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돈 취급방식이 인격을 결정한다.

다섯째 신체 자본이다.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스스로 얼마나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활기차다고 느끼는가이다. 사람들은 외형에서 사회적 지위, 내적 가치를 유추하기 때문에 출중한 외모가 인생 게임에서 유리하다. 더 쉽게 살고, 더 빨리 취직하고, 최대 5%까지 더 많이 번다. 잘생긴 CEO면 주가가 오르고, 잘생긴 후보자가 승리에 결정적이고, 법정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유리하다. 이제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시지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가 아니다. 신체도 분재나 예술처럼 가꿔야 한다.

여섯째 언어 자본이다. '어떻게 말하는가.' 유창한 언변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다양한 관점에서 구체적, 객관적으로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언어적 공간 확보와 시의적절한 언표(言表)는 화자의 지위, 언어 자본의 정도를 드러낸다. 대화 주도권을 60초 이상 갖지 않는 것 역시 양질의 언어 자본의 소유자다.

마지막으로 사회자본이다. '누구를 알고 어울리는가,' 개인, 집단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 인맥, 멘토, 결정권자와 친분, 영향력, 권력 등이다. '주변 사람이 당신을 완성한다. 위로 도약하려면 관계를 잘 맺어라.'는 사회자본의 함의를 잘 표현한다. 사회자본은 인정과 재확인받으려는 데, 인정 투쟁에 드는 비용이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메르틴은 7가지 자본을 '아비투스(habitus)'로 함축한다.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로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본성이다. 7가지 자본은 상호작용을 통해 융합되어 정신과 육체에 스며 자신을 표상(表象)한다. 어떻게 내 몸과 마음을 가꿀 것인가. 이것이 삶의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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