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기본계획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해 수립되는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2021년 이미 전 정부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함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마련한 바 있다. 2022년 3월 탄소중립기본법이 공식 시행됨에 따라 현 정부는 법정 계획으로서 국가기본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되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1차 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은 2023년부터 2042년까지이다. 중장기 감축목표는 기존 NDC 상향안과 같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이다. 2018년 7억2660만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4억3660만톤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개 부문별 감축정책과 6개 분야 이행기반 강화정책을 제시하였고, 5년간 89조9천억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필자는 4월 3일 환경부 주최로 개최된 지역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였다. 토론회를 계기로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견해와 공통된 문제의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평가는 기존 NDC 상향안과 동일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감축방안에 있어서는 다분히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긴박한 기후위기 상황과 국제적 대응의 흐름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안일하다는 평가이다.

우선 이번 기본계획안에서 계획 종료시기인 2042년까지의 감축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플랜을 확대·심화하였다고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연도별 감축계획에 현 정부 임기 중인 2023~2027년에는 약 5천만톤, 다음 정부 시기에 약 1억5천만톤을 감축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제도와 기술이 정착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이유를 들고 있으나 차기정부에 75%의 감축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부문별 감축목표에 관한 논란이 가장 두드러진다.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14.5%에서 11.4%로 하향 조정하였다. 반면 전환부문 감축목표를 44.4%에서 45.9%로 상향 조정하였다. 산업체 부담이 축소되고 국민적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배출량은 산업부문 810만톤과 수소부문 80만톤을 늘렸고, 전환부문에서 4백만톤 줄였다. 결국 실질적 국내 배출량은 490만톤 가량 증가된 셈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CCUS 90만톤, 국제감축 400만톤 등 흡수·제거량을 상향 조정하였다.

전환부문 감축량을 늘리기 위해 결국 원전 운전을 지속하는 방안을 선택하였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α로 설정하였는데, EU 69%, 미국 43%, 일본 36~38%와 비교되는 수치이다. 흡수·제거량을 무리하게 확대함으로써 NDC 달성의 불확실성도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에 관한 기술은 충분히 상용화되지 않는 상황이며, 국제감축의 경우도 관련 기준이 미비할 뿐 아니라 시세 변동 등 불안정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행방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민간·지자체 등 사회 전체의 협력을 유도하는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필요하며, '민간이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감과 협력을 통해 함께하는 탄소중립'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실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실천협력체계 구축 방안은 정책과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구색 맞추기 정도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4월 22일은 세계 지구의 날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사회집단의 협력과 국민 참여가 핵심이다. 정치적 입장과 진영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며, 민·관·산·학 모든 부문을 망라한 총체적 대응이 시급하다. 범국민적 참여와 실천이 절실하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곧 국가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부디 국민을 탄소중립의 주체로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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