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위 기도문은 '평온을 비는 기도'로 20세기의 저명한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가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기도문의 한 구절로 많은 책들에서 인용되었고,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살면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함을 느낄 때도 있고, 바꿀 수 있는 일이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할 때도 많다.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와 미련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불행한 시간을 보낸다. 돌이켜보면 그나마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한 것만도 다행이다. 어쩔 땐 그 차이를 분별하지 못해서 무모한 용기로 덤볐다가 처참하게 실패를 겪기도 했고, 뒤늦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능함과 나약함에 뼈아픈 좌절을 겪은 적도 많다. 니버의 기도를 읽어 보면 평온 또는 행복을 얻기 위한 기본 전제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갖는 것이다. 그런 지혜를 갖춘 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고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남을 의식하거나 실패를 걱정하며 망설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일상에서 일적으로나 인간관계에서나 이런 지혜와 그에 따른 차분함과 용기가 요구되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맞닥뜨린다. 구분을 못해서 차분함이나 용기를 고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때도 많고, 용케 구분하지만 평정심을 얻거나 용기를 내지 못할 때도 많다. 분명히 나는 니버의 기도를 수도 없이 되뇌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왜 일상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론은 그런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과 오만이다. 불혹(不惑)의 나이를 훌쩍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그 정도 지혜는 나도 가지고 있겠거니 자만했다. 운 좋게 구분하게 되더라도 자기수용을 못하고 평정심을 잃거나,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지며 망설이곤 했다. 니버의 기도를 되뇌일 것이 아니라 니버의 기도를 실천하기 위한 나의 반성이 먼저라는 것을 깨닫는다.

니버의 기도가 적용될 상황에서 행복할 수 없었던 건 나의 문제였다. 지혜가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겸손이 부족했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기인정에만 도취해 차분하지 못했다.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나서긴 나섰지만 무엇을 위해 나섰는지 후회하며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니버의 기도문을 외우기 전에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의 성격이나 기질을 '생활양식(life style)'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이러한 인간의 삶에 대한 사고나 행동의 경향, 즉 삶의 태도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아들러의 말대로라면 나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나만 옳다는 자만과 오만을 쏟아 버리고 빈 겸손의 항아리에 지혜를 가득 담아야겠다. 높은 벽 앞에 서게 되더라도 차분하게 둘러가고, 뒤돌아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고 나에게 다짐한다.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잔다르크의 신념과 동키호테의 무모함으로 나서는 내가 되자!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니버의 기도문에는 이러한 평정심, 용기 그리고 지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며 순간순간을 누리기를 기원하고 있다. 바꿀 수 없는 고통을 평화에 이르는 길로 받아들이고, 바꿀 수 없는 세상을 내 뜻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간구하고 있다. 결국 행복은 나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오늘은 니버의 기도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나의 변화를 위한 기도를 적어 본다.



나의 기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자기수용(自己受容)과

이해득실(利害得失)보다 소신과 철학을 생각하는 강건(剛健)함을,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지혜를 채울 수 있는 겸손함을 갖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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