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이경미 / 충북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빨강,파랑,노랑색을 하나씩 가지고 자신의 색만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세 화가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다. 어느 날 빨강색을 가진 화가가 자신의 색깔을 뽐내기 위해 밤에 몰래 세상을 빨간색으로 칠해놓았다. 날이 밝자 온통 빨갛게 변한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빨간색 화가 말고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고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지 못하여 빨간색을 모두 지워버리셨다.

다음날 노란색의 화가도 ‘그것 봐! 역시 노란색이 최고야!’하며 세상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하였다. 하지만 노란세상을 바라본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고 하나님께서도 보기 싫어 모두 지워 버리셨다.

파랑색의 화가도 ‘그러면 그렇지! 역시 파랑색이 최고야’하고 생각하며 세상을 온통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파란색 세상 역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하나님께서는 파란색도 지워버리셨다.

그래도 자신의 색깔만이 아름다운 색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던 세 화가는 어느 날 밤 각자 몰래 나아가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칠하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자신의 색깔로 칠해진 세상을 보기위해 밖으로 나간 세 화가는 깜짝 놀랐다.

빨강색위에 노랑이 칠해지고. 노랑위에는 파랑색이 칠해지는 등 세 가지 색들이 얽히고설키어 만들어낸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세 화가는 자신만의 색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색들과 서로 어울리고 화합하면 더 아름다운 색,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동화가 있다.

21세기를 흔히 개성의 시대라고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떤 식으로든 튀어보려는 못난 사람들이 ‘개성과 자유’를 주장하며 벌이는 어설픈 치기와 모방, 타인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폄하하는 돌출된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이야기속의 세 화가처럼 자신만의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특성은 무시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호도시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그것이 생활철학이든 사상이든 혹은 외모이든 남과 다른 아름다움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더불어 개성적인 존재로서의 개개인이 구성원인 사회라는 테두리 속에도 구성원들 대다수가 공감하는 공통된 특성이 존재하며, 이 개인의 특성과 사회적 특성은 때로는 상충하여 부딪히고 때로는 어우러지면서 민주시민의식을 성숙시키고 사회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드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사람의 수만큼 다른 다양한 생각과 모양이 존재한다. 그 많은 다양성과 다름이 차별의 대상이 아닌 차이로 인정되고 존중되는 진정한 사회가치를 선도할 수 있는 올바른 주관과 삶의 철학이 기초된 건전한 개성이 아쉬운 시기이다.

시작의 계절 새봄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함을 끼치는 혼자만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며 개(犬)성’일 뿐임을 깨닫는 성찰의 날개 짓으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색깔은 무슨 색인지, 그리고 그 색으로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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