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기술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중심이 되어 곳곳에 다양한 현수막을 내건다. 과학의 날은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 출범을 기념하여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모든 국민 생활의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정부는 1999년 12월 '과학기술의 지방화'를 기치로 내걸고 '제1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국가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5년마다 지방과학기술종합계획을 수립할 법적 근거도 갖췄다.

당시 정부가 지방과학 육성에 나선 것은 수도권과 지방 간 과학기술 역량의 불균형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대전(대덕)에 국가 과학기술 역량이 대부분 집중되면서 이를 완화할 해결책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 25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역 간 과학기술 역량의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대전의 전국 비중은 인구 53%, GRDP 55%, 사업체 50%, R&D 투자 79%, 연구원 72%, 특허출원 69%에 이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하는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평가지수'(R-COSTII)를 보면 서울과 경기, 대전의 공고한 '빅3'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수의 1~3위에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늘 경기, 서울, 대전이 위치했다.

최근 8년간 경기, 서울, 대전 등 상위권 3개 지역은 전체 평균의 약 2배 정도 혁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최상위 지역과 최하위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1차부터 5차까지 25년 동안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실행했지만 확연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 원인으로 과기정보통신부에서 발간한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수립연구'(2023. 2)에서는 중앙정부 주도로 인한 지역특화 정책·사업 추진과 자원 부족에 의한 지역의 역량 축적 곤란, 혁신의 구심점 미비로 지역의 산업·연구 경쟁력 정체 등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앙부처가 각기 다른 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처별 지원수단이 분절되거나 연계가 미흡해 혁신거점 조성을 위한 자원 분산과 비효율적 투입이 발생, 유사 인프라가 과다 구축되는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다.

예로서 산업부의 산업단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특구, 중기부의 규제자유특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업부의 장비구축, 중기부의 기업 및 창업 지원, 교육부의 대학혁신, 과기정통부의 R&D 사업 등도 협력 부재로 양적 성장 대비 내실화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국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에서는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 연동산업을 '연구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연구산업진흥법' 제정(2021. 4) 및 '제1차 연구산업 진흥 기본계획'('22~'26)을 발표(2022. 8)한 바 있다.

연구산업은 연구개발서비스산업(주문연구·연구관리 산업)과 연구기반산업(연구장비·연구재료 산업)으로 구분된다. 충북은 이들 산업을 집중·육성함으로써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업과 균형을 맞추도록 유도하고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진흥시켜 연구개발 토대를 더욱 튼실히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현재의 기술혁신, 디지털 전환 등으로 산업·경제 구조가 급변함에 따라 과학기술 경쟁력이 산업·경제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정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지역균형발전 대전환 및 지역산업구조 재편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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