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박철완 / 청주시청 총무과

500원짜리 동전 2천500개를 한꺼번에 던져서 모두 ‘학(鶴)’이 나올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로또 복권 1등 당첨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로또의 대박을 꿈꾸며 지금도 복권판매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해서 인생역전을 해 보고 싶은 막연한 소망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04년 4월 국무총리 복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10여개 기관에서 약48여종의 복권을 제각기 발행하다 보니 복권시장이 난립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복권수익금 사용의 투명성 부족, 복권사업 및 복권시장에 대한 체계적 관리미흡 등의 문제점이 도출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현재 복권기금은 저소득층 주거안정지원, 국가유공자 복지사업, 장애인 저소득층, 여성 등 소외계층 복지사업, 문화예술진흥 및 문화유산 보존, 재난재해 구호 등 5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2005년에는 약7,193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사회에 환원되었다. 이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테지만 ‘지방문예회관 프로그램 운영지원 사업’이 지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사실 서울, 경기지역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지역에서 1년에 좋은 공연 한두번 보기도 쉽지 않다. 공연장 시설도 문제지만 열악한 인력과 예산 때문에 공연을 자체 제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민간 기획사가 주관하는 공연이 있긴 하지만 그도 관람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복권위원회가 출범한 후 2004년 하반기부터 복권기금을 활용한 ‘지방문예회관 프로그램 운영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이제 지역에서도 문화예술의 목마름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예산은 최고 80%, 교육프로그램은 100%까지 지원을 하고 있고 이 사업을 위탁받아 직접 수행하고 있는 ‘지방문예회관 연합회’에서는 우수작품 선정을 돕기위해 예술프로그램 시장(Art Program Market)을 열어 정보가 부족한 지방문예회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나는 지난해 지방문예회관 프로그램 지원사업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어 충남 서산, 경기도 가평 등 많은 지역문예회관을 돌아 보았다. 시행초기이기 때문에 다소의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예회관 관계자나 관람객이 모두 매우 만족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2007년부터 이 분야에 대한 복권기금 지원을 일부 축소하여 다른 분야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문화예술계 주변에 돌고 있다. 본 사업을 활용하여 문예회관 활성화를 시도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는 지방문예회관에서는 청천벽력같은 말이다. 이제부터 뭔가 시작해 보려 했더니 시행 2년만에 이게 웬말이란 말인가?

이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지려는게 아니다. 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업을 발판으로 조만간 지역 문화예술에 새로운 붐이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복권위원회’는 지역주민과 지방 문예회관의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오히려 좀더 과감한 투자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것이 “한장의 복권, 희망을 나누는 작은 실천입니다”라는 복권위원회의 캐치프레이즈를 올바로 실천하는 것이고 오늘도 복권판매점으로 향하는 지역주민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드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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