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임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디자이너 솔 바스는 "디자인은 시각으로 보는 생각"이라는 말을 남겼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까지도 표현한다는 뜻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쾌적하고 매력 있는 도시경관은 외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그 속에서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디자인이 곧 그 도시의 정체성이자 품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이하 행복도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세종시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계획도시다. 사업을 총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이상래, 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가 실질적 행정수도이자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도시미관과 기능을 살린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추진 중이다. 특히 2013년부터는 도시경관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주변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와 건축을 통합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등 본격적인 특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단독주택용지는 부지공급 단계부터 구역별로 한옥형, 유럽형 등 고유한 테마를 부여해 단독주택의 개성과 권역의 통일성이 어우러지게 했다. 고운동(1-1생활권)에 조성된 제로에너지타운은 자연환기와 태양열발전을 결합한 주택단지로, 텃밭과 녹지공간이 생태순환은 물론 주민소통의 장으로 활용되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그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개선된 3차 제로에너지타운을 해밀동(6-4생활권)에 조성할 예정이다.

행복도시에는 또 농업을 연계한 여가와 치유공간인 '케어팜 타운'도 들어설 예정이다. 케어팜 타운이란 도심 내 농장에서 체험하는 각종 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의 몸과 마음, 그리고 공동체의 건강을 도모하는 '치유농업'에 '주거'를 접목한 형태의 마을을 뜻한다. 행복청은 네덜란드 등 다양한 해외사례를 분석해 성공요인을 도출하고, 내실있는 체험프로그램 마련과 인력 및 예산 확보를 위해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증가하는 청년주거 수요에 대응한 맞춤형 주택특화단지 조성도 검토 중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물량위주의 주택공급으로 인한 유사한 디자인과 답답한 경관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시설과 주택단지를 집적화하는 특화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가장 먼저 설계공모를 실시한 새롬동(2-2생활권)에는 순환 산책로와 저층 주거동을 조성해 단지 간 연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스카이라인 조성과 측벽발코니 설치 등을 통해 입체적인 주거동을 형성했다.

또 상업시설과 광장, 복합커뮤니티센터와 공동주택 등 생활권 전체를 통합 계획해 이웃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예술작품 조형 및 전시 공간 설치를 통해 전체적 미관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해밀동(6-4생활권), 금강과 괴화산을 배경으로 저층형 입체녹화 주거동이 늘어서 천혜 자연의 풍취가 느껴지는 '창조적 생태마을' 반곡동(4-1생활권) 등 각 생활권별로 특색 있는 공동주택 특화를 시행했다. 이로써 행복도시만의 친환경과 미래지향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시 디자인의 통일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단지 간 자연스러운 연결과 유기적인 기능 연계를 통해 공동체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점도 자랑거리로 꼽힌다.

여기에 행복청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다솜동(5-2생활권)을 '보행중심 헬스케어 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소규모 블록 및 저층고밀 공동주택' 콘셉트로 특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공모를 준비 중이다.

최임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최임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행복도시는 역사가 짧은 도시다. 유구한 세월을 물감으로 자신만의 색을 입혀온 타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른다. 또 아직 도시건설이 완료되지 않아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확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행복청이 시도해온 다양한 테마의 도시특화사업의 성과가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30년 도시가 완성된 후 행복도시의 모습은 필시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균형 있고 조화로운 경관을 뽐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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