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분야·새로운 근무형태 일자리… 귀촌 청년 맞춤형 지원 필요"

편집자

충북여성재단이 지난 5월 3일 '충북 청년여성 인구유출 원인과 처방'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등장한 청년여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충북 보은에 자리를 잡은 청년여성 문보현씨는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에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충북'과 인터넷망이 발달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애용할 수 있다는 '보은'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시골살이를 자처한 그녀를 통해 충북의 인구정책과 청년여성 유입을 위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충북에 정착하게 된 배경과 향후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 문보현씨는 충주 태생으로 중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충주에서 사업을 성공한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민을 가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녀가 기억하는 중국생활은 어떨까.

"기억남는 장면은 중국 정부 고위간부 초청을 받아 고급호텔에서 호랑이 고기와 낙타고기를 맛본 기억도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70억 규모로 중국에 공장을 3개나 운영했던 아버지는 거래처 사람들 배신으로 가족모두 한순간에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당시 한국돈 40만원을 뿌리면서 '너희 가족 타지에서 알거지 신세는 면하게 해줄게. 비행기 값이야'라는 말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생을 마감하려고 가족을 데리고 바닷가로 향했던 아버지는 뒷자석에서 해맑게 노래부르던 남매의 모습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용기를 내 중국에서 해장국집을 꾸려가시면서 우리를 어렵게 키우셨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문씨는 현재 보은군 내북면에 위치한 기업체에 재직하고 있다. 시골 유튜버를 꿈인 그녀는 집 마련에 여유자금을 모두 소진하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며 한발한발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행복한 시골생활을 영상으로 그려내 청년들과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는 그가 '시골살이'를 자처한 이유는 뭘까.

"우연히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접하게 됐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일본버전 5번, 한국버전 5번 등 10여차례 관람하며 막연히 시골살이에 대해 동경하게 됐다. 직접 길러먹는 채소와 싱그러운 자연환경 속의 삶은 도시의 꺼지지 않는 불빛과 소음에 지친 저에게 큰 위로가 됐다. 수도권에서 평생을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며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 된다는 생각에 막연한 동경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전원주택 인테리어 관련 서적부터 중국, 일본, 한국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유튜브 채널도 섭렵해 본격적으로 시골살이 준비에 돌입했다."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 '2022년 전국 시·도별 청년인구 순이동 현황'을 살펴보면 충북 청년 중 남성은 742명이 순유입됐고, 여성은 1천366명이 순유출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청년여성 순유입 지역이 서울 2만1천616명, 경기 9천512명, 인천 5천329명순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보현씨의 행보는 기존 청년여성들과 확연히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연고지도 아니지만 인구 3만명의 보은군을 거주지로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중대한 일이었기에 모든 요인을 검토해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토론회때도 웃음이 터진 대목이도 한데 시골살이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바다에서 먼 곳, 인터넷 업무가 가능한 곳을 찾았다.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2050년께 부산부터 물에 잠긴다는 뉴스를 접했다. 미래의 불안한 요소를 제거하다보니 바다가 없는 충북을 선택하게 됐다. 다른 기준 하나에 부합하는 곳으로 보은을 정한 이유는 인터넷 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보러 간 집은 제천이었는데 주변 풍광은 너무 좋았으나 인터넷이 원활치 않았다. 인터넷은 젊은 사람들에겐 없어선 안될 중요한 요소지만 여가활동을 넘어 저에겐 생업과 직결된 요소였다. 실제로 이주해 보니 외부인에 대한 텃세는 없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아침 출근길에 "회사가는겨? 잘 다녀와"라고 안부인사를 해주시고 퇴근길엔 먹거리를 문앞에 챙겨놓고 가시기도 한다. 마을 어르신들 예쁨 받으면서 행복한 시골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해 30대 여성의 시골살이 불편함은 없을까.

"사실 서울친구들이 편의점도 없는데 힘들지 않냐고 많이 걱정해줬다. 실제 보은에 내려와서 생활해보니 생업과 직결된 인터넷이 연결돼 있고, 당일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덕에 부족함없이 지내고 있다.제 생활을 곁에서 지켜본 또래 친구들은 시골살이가 불편한 것만은 아니구나를 많이 느끼고 있다. 다만 주거지 문제와 교통, 취업 문제가 큰 장벽이긴 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급여수준이 낮아지는 수도권 일자리와 비교했을 때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기본급 수준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시골에 위치한 기업들도 마케팅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충북에서 중소기업 수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기업 홍보물을 만들고. 서울에서 개최되는 해외 바이어 수출상담회를 뛰어나니고 있다. 충북청년여성 일자리 플랫폼 '청춘 잡담'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과 소통하고 업무 피드백을 할 기회가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구소멸지역이 지자체들의 생존문제와 직결된 만큼 문보현씨의 남다른 행보는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30대 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시골살이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바람은 없을까.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청년들이 저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늘리고 교통이 불편한 지방의 단점을 고려한 새로운 근무형태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 전국적으로 많은 청년 여성들이 디자인, IT, 마케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때 그들이 생산하는 컨텐츠가 곧 지역을 홍보하는 막강한 수단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지자체들이 달라진 근무형태 등 다각도로 고려해야 될 점이기도 하다. 향후 시골생활 영상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고 싶다. 밝고 씩씩한 청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목표다. 직접 재배한 신선하고 건강한 작물을 인터넷 판매도 하고 주말 어린이집 숲놀이 체험학습서비스도 진행해보고 싶다. 가정을 꾸려 아이들과 오래도록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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