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이탈리아의 갑작스러운 폭우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지방을 집중적으로 강타한 폭우는 단 이틀 만에 6개월 분량의 비를 동반하면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남겼다. 한국 역시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7월에는 사흘만 제외하고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전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기후 변화는 지구촌 전체가 겪고 있는 위기고 그 배경에 지구온난화가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단체다. 1990년부터 5~8년 주기로 보고서를 발행하는데, 1997년의 교토의정서와 2015년의 파리기후 협약은 이 기관의 보고서가 바탕이 된 것이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IPCC 총회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2021년에 발행된 6차 보고서는 더 빠른 시기에 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파멸 수준의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 위기 현상을 증거로 들었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기온 상승은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뭄과 폭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는 식량과 거주 위기를 초래하고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가 종국에는 생태계의 멸망(Ecocide)을 초래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지구촌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탄소 거래세'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탄소 국경 조정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국가 간 무역 거래에 있어 탄소 배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더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는 획기적인 발상이지만,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에는 비상이 걸린 정책이다.

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 또한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환경 친화 기업만이 미래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고, 탈탄소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기후 기술'(Climate Tech)이 세계 시장의 혁신 아이콘이 되고,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심각하다.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율 최하위라는 지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 평균이 31%인데 비해 한국은 7.5%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1위, 에너지 수입 93%에 달하는 통계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4차 산업혁명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주위에 와 있는 현재라고 말한다. 기후 위기 역시 장차 닥칠 재앙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재난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운명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었듯, 기후 위기 역시 인류 공동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경제적 번영보다 생태계 복원을 통해 살기 좋은 환경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지구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 기후 재앙이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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