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오경숙 / 충북실업극복協 취업지원팀장

지난 16일 도청 대회의실 앞.면접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긴장된 모습이 역력한 여성들이 눈에 띈다.

충북에서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여성 희망일터 찾아주기 사업인 ‘여성인턴제’ 면접일.멀리 단양부터 가까운 청주까지, 면접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착한 여성들의 눈에 긴장반,설레임반,면접장의 풍경은 바라보는 나조차도 긴장하게 만든다.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부터, 초로의 여성들까지, 그래도 면접은 면접인가보다.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할까 어떻게 대답할까 도란거리는 소리가 줄지 않는다.

여성인턴제의 한 분야인 취업매니저는 각 지역내 여성취업을 담당할 사람으로, 본인이 경험한 취업과정에서 겪는 애로점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구직 경험을 묻는 질문에, 금새 자신의 경험이 터져 나온다. 정보신문을 뒤적거리다가 나이에 걸려 원서 낼 곳도 없더라는 하소연부터, 몇 군데 다니면서도 마땅한 자리를 못만났다는 얘기. 그래서 인턴제는 사업은 이렇게 원서를 내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는 면접자.

면접을 본다는 사실로도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옷 챙겨입고 나오는 것조차 날아갈 것 같았다는 여성들. 때론, 직장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린아이를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의 부재를 병을 앓았던 아이. 틱장애를 겪었던 아이 때문에 접었던 직장생활을 이제 다시 시작해 보련다는 엄마의 눈망울! 정서불안인 아이를 위해 미술치료를 다니고, 혹은 각지 여행을 다니면서 엄마와 함께 하는 동안 아이가 호전되는 상황을 보며 엄마는 과연 안도만 했을까? 더한 죄책감에 시달렸을까?

돌이 채 되기도 전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활동을 했던 나조차도 아이가 아프면, 내 탓만 같았는데, 이 부모들은 오죽했을까? 이 면접장의 모습은 여성구직자들이 처한 상활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고, 이로인해 취업을 준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아이가 크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준비없이 시장에 내몰리고, 혹은 취업과정에서도 여차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래서 경력단절이 너무 당연시 되는 이런 여성들에게 마땅한 일자리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2만불 시대의 진입은 기실 여성인력 활용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전국적 일자리 정책은 있어도 지역의 일자리 정책을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여성의 일자리 특히 기혼 여성의 일자리 문제는 지역차원의 접근이 아니고서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웬만한 조건이 아니고서는 기혼여성이 가족돌봄을 미룬채, 직장을 옮기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주로 취업취약계층인 준·고령 여성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단체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창출되는 일자리 개수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발상의 전환이 가져오는 신선함 때문이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것도 그렇고, 부족하지만 파트타임 노동으로 취업의 시간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이나,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위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나아가 여성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댈 수 있어서 더욱 더 그렇다.

어쨌든, 우리지역의 여성일자리 사업이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충청북도 여성취업지원협의회 실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일복(?)이 터진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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