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초록의 느티나무 잎새를 흔들고 먼 산엔 떡갈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우거진 나무숲과 그늘, 신록의 싱그러움이 우리에게 삶의 보람과 인생의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는 듯했다.

따뜻한 태양 아래 초록빛 수풀과 푸르름이 타들어 가는 봄날 초롱산 기슭에 위치한 한국문인인장박물관(충남문학관)에서 개최하는 『다시, 예산으로 가다』 「2023 충남문학관 문화 축제전」 행사에 참석하였다.

주변 1,700여 평에 야생 및 귀화 식물이 식재되어 있으며, 문학사에 드러난 유명 문인들의 시비 및 문학비 10여 기가 건립되어 있었다. 기타 규모의 세미나실, 공연장, 독서실, 인장 체험실 등이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이제까지는 인장을 개인 또는 공인의 직위와 품계를 나타내는 일종의 신표였다. 이 신표는 개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므로 다양하고도 특이한 형체로 만들어졌다.

수천 년 혹은 수백 년에 이르렀던 인장이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싸인으로 대체되므로 자연히 인장은 소멸되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에 우리 인류문화 가운데 하나의 예술적인 전통의 맥을 계승하기 위하여 이재인 관장은 50여 년간 주로 도서 출판의 판권에 찍힌 전통 문물인 문인들의 인장을 800여 점 수집하였다. 그리고 서양의 인장(스탬프), 동아시아의 희귀한 인장을 수집하였다. 문인 인장박물관이라기보다는 인장박물관이라고 불리 울 만큼 1,200여 점의 소중한 문화재를 수장, 테마별로 또는 특별 전시하고 있었다.

또한 관장님은 적지 않은 세월 가운데 중.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충북도 교육위원회에서 연설문을 쓰는 사람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문교부에서 장관 연설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일선 교육자들에게 연수 자료 및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문교부 공보관실(대변인실)에서 편집. 기획하는 일도 했다. 그리고 대학의 국어국문과 교수로서 많은 학생들과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길을 걷다가 정년을 하고 고향마을에 문학관을 지었다.

그곳에서 글도 쓰고, 문우들을 만나고 흥겨우면 오늘과 같은 축제도 매년 한두 번씩 개최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문학 앤 문화』란 사보를 벌써 12호째 발행했다.

이제 서산에 노을 지는 시간이 다가옴을 지각하면서 『다시, 예산으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늘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그래서 유명한 시인들이 예산을, 그리고 인상적인 추사의 옛터, 예당호, 수당 생가, 수덕사 그리고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을 노래한 글을 수록했다.

필자는 재작년도에 『그립습니다 성찬경』, 작년도에는 한글학자이면서 예산 출신인 『밝덩굴 선생을 만나다』 축제에 참석하였고, 올해 세 번째로 『다시, 예산으로 가다』에 참석하게 되었다.

1시 정각에 식전행사로 음악과 함께 하모니카 연주가 있었고, 이어 관장님의 내빈소개와 아울러 인사 말씀, 예산군수님의 축사, 전 한국문인협회장님의 격려사 등으로 식전행사가 진행되었다.

1부 행사로 다시, 예산으로 가다, 문학 주제로 「고산 이해문 시 연구」, 「1930년대 문예광 발행인 성진호는 누구인가」 란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어 2부는 시 낭송으로 「봄날 논산에서 예산으로」, 3부는 특별행사로 북콘서트 등으로 행사가 2시간가량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이처럼 인생은 따지고 보면 결코 삶의 반추(反芻)다. 길게 보면 인류가 살아왔던 삶에 대한 반추요, 짧게 보면 어제의 삶을 오늘에 반추하고 있을 뿐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보다 구체적인 자신에 대한 삶을 관조(觀照)하여 문학이란 필터를 거쳐서 한 작품으로 형상화 시켰을 때 인간과 가장 가까이할 수 있는 글로서의 수필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수필은 지극히도 인간과 밀착된 삶의 일부 혹은 전부로서의 진실을 그려 주기를 원하는 문학이라고 생각할 때 이를 쓰는 태도는 좀 더 진지 해야될 것이다.

「요강은 천년이 가도 골동품이 아니다.」라는 말대로 글이란 쓰기만 한다고 해서 모두 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수필은 생(生)의 사실에 대한 자기 자각을 표현하는 문학의 양식이라고 소박하게 규정해 볼 수 있겠다. 인생과 문학을 어떻게 서로 연결시켜야 하는가. 재능과 감수성도 있어야겠으나 진실성과 성실성도 중요하다 하겠다.

문학으로 삶을 싸안아 자기에게 깨달아진 진실을 객관화 시켜 보고자 한다.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최병부㈔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나는 나의 길에 용기를 갖고 글을 쓰고자 한다. 그 용기는 마침내 내 가슴속을 녹여 빚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

이제 초롱산에도 봄이 가고 있다. 51년 전 친구가 보내준 「가는 봄」이란 시가 오늘따라 떠오른다. "가는 봄" 강은 끝없이 짙푸르고/ 물 위에 나는 새/ 한결 희게 보인다/ 산 또한 푸르러/ 꽃은 더욱더 타는 듯 붉다/ 고운 이 봄을 덧없이/ 그대로 보내고…. / 나는 …. / 언제 고향에 돌아갈 것인가/ 무상한 세월 속에/ 자신을 인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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