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우리제천의 꽃과 물이 흐르는 명소로 하소천 금계국 곷길과 종알종알 노래하며 흐르는 냇물이 제법 어울려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대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며칠전 오전에 갇기도하고 꽃구경도 하고 냇물을 보며 이야기도 할겸 그곳을 찾아갔다. 소문대로 냇가의 주변에 노란 금계국이 아주 예쁘게 피어 바람이 살며시 불면 덩달아 고개를 살랑 살랑대며 갖은 애교를 다 부린다. 그런가하면 흐르는 냇물은 작은 바위를 요리조리 자연스럽게 비겨가며 자기들끼리 양보하며 흘러간다. 작은 냇물에서 문득 순리대로 하면 부딪치지 않고 얼마든지 목적지로 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사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때에는 이 냇물이 지금처럼 적은 물이 아니라 큰물이 흘러 엄마가 이불빨래를 하려고 이 곳에 가신다고 하면 따라와서 여름날이면 미역을 감았던 일도 자주 있었다.. 지난날의 철없던 아름다운 추억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혼자 중얼댄다. 맞아, 저 바위에서 다이빙한다고 물속에 몸을 맡긴 적도 여러번 있었지, 그 뿐이랴, 한손으로 코를 쥐고 물속에서 얼마나 오래있는 지 친구랑 내기를 하며 서로 자랑삼아 다투던 적도 있었구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 냇물은 우리네 삶의 추억이 담긴 장이네 하고 혼자서 너털웃움을 짓곤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추억의 장을 발견했다. 다름아닌 다리밑 휴식공간 말이다. 더운 햇살을 피하여 쉬며 앉아서 도란 도란 이야기 하며 즐기시라고 자리도 마련해 놓았다. 마침 두분이 무엇인가 재미있게 이야기 하시는 모습을 멀찍이 바라보고는 나 역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어릴때도 다리밑처럼 더 좋은 휴식공간은 거의 없었다. 비가 와도 괜찮고 날씨가 더워도 괜찮고 바람이 불어도 걱정없이 먹을 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놀다가 갈수 있는 곳이 바로 다리밑이다. 그래서 엄마와 이웃분들이 이불빨래를 하러 이곳에 오시면 으레 점심은 주위에 있는 돌을 가져다 의자를 만들고 넓적한 돌을 식단삼아 반찬을 차려놓고 웃으며 식사를 했던 곳이이 바로 다리밑이다. 지금이야 간편한 이동식 텐트가 있어 얼마든지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만 60년대 중반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디 그뿐이야 냇물을 걸어서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 ,이 또한 추억이 아로새긴 돌이 아닌가. 그레서 나도 다리밑 휴식공간에 앉아 징검다리에 대한 옛 추억을 그리며 '징검다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번 써 보았다. 어릴적 팔짝 팔짝/ 돌다리 건널때면 // 한 발자국 뛸때마다/ 가슴은 두근 두근//오늘도 징검다리를/ 옛 그리며 건넌다//

참으로 이 징검다리는 볼수록 정겨운 곳이다. 사로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하는 모습,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땅을 밟으면 박수치며 환호성을 불렀던 그 날들, 그런가 하면 친구가 실수로 물에 빠지면 함께 폭소가 끊이지 않았던 그 곳, 그래서 우리는 조심하려고 할 때 돌다리도 먼저 두들겨 보고 건 너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어릴 때 지난날의 추억을 단지 지나온 과거의 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삶의 의미가 담겨있고 인생의 윤활유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삶의 여정속에 그 나름대로 문화의 숨결이 젖어있는 것이다. 과거 없이 현재는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작은 추억의 장에서 삶의 순리와 진리, 하나의 물건에도 여러 가지로 사용할 줄아는 지혜, 인생을 살아가면서 매사에 조심스럽게 신중함을 기하는 마음가짐을 깨닫게 된다, 이모든 것들은 우리네 삶의 질을 살 찌우게 한다.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밝은 비젼도 중요하지만 지나온 과거에서 삶의 경륜을 통한 지혜 또한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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