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공정한 입시는 가능한가?, 시험 문항의 난이도가 대학 입시의 공정을 좌우 하는가? 요즘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슈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라는 언급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킬러문항 배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전부터 지적해 왔던 문제다. 교육당국이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의 논쟁은 뜨겁다. 입시현안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정치 세력이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에듀 폴리틱스'(Edu Politics)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통령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민감한 교육 현안은 더하다.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건 좋지만, 논란을 부를 디테일한 사안까지 언급한 것은 아쉽다. 교육 현장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야권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출제되던 수능 난이도를 갑자기 높이면 혼란이 오겠지만, 공교육 과정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게 어떤 어려움을 가져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 대다수의 고3 학생과 교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혼란은 교육현안을 쟁점으로 삼는 정치권과 언론뿐이다.

1994년부터 대입 시험으로 채택된 수능은 공교육을 파행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수능과목 이외의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사라졌고,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객관식 출제라는 평가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진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3년 전후, 수능선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고등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방식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교생활과 미래역량을 평가하는 학종은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학교현장의 환영을 받았다. 대학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미래형 인재를 선발할 수 있고, 이 방식으로 선발한 학생들의 성취도가 높았기에, 학종을 선호했다. 특히 정원 확보를 우선하는 대학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학종은 대입 전형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수시전형으로서 학종과, 정시전형으로서 수능이 자리 잡으면서 어떤 전형이 공정한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논란이 가열되면서 수능전형 비중이 늘기도 했지만, 그 혜택이 강남과 자사고, 재수생에게 돌아간다는 항변은 무시하기 어려운 비판이었다. 실제 SKY로 대변되는 명문대, 수능 정시합격자 비중은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평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공정한 입시 전형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대학 서열화로 인한 피라미드 형 구조를 가진 한국 대학의 특성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입 전형은 불가능에 가깝다. 출신 대학에 따라 일자리의 격차가 발생하고 미래의 삶이 좌우되는 환경에서 치열한 대입 경쟁은 필연적이다. 이런 경쟁 구조에서 고소득층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다.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교육이 공정하게 작동해야 하는 이유는 계층(상향)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의 구조를 개선하고 대학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인재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2022년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교육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현상만 쫓는 것은 지루한 소모전만 벌일 뿐이다. 대학서열화라는 '킹핀'을 쓰러뜨리는 정책이 모색될 때, 공정한 입시 해법이 시작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