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사회부장

"대리기사가 손님을 찾고 있나 봐."

"(학원) 강사가 앉아 있는 거 아니야?"

친구와 저녁 길을 걷다 편의점 앞에 여러 무리의 학생들 사이에 앉아 휴대 전화 2대를 번갈아 보고 있는 40대 남자를 보면서 서로에게 한 말이다.

대리기사 이용이 많은 나와 교직에 있는 친구가 서로의 경험을 통해 말을 했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 많은 학원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학원 강사가 맞나 보네"라는 내 말에 "아니야, 학생들을 의식하지 않는 것을 보면 대리기사 아닐까?"

서로의 말에 듣고 나서 그 짧은 시간에 그 남자의 직업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사람들의 판단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쌓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의 경험이 얼마는 부족하고 보잘것없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나와 다른 생각이 '틀리다'가 '다름' 인정하고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아갈 때 '함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해를 넘겨 가며 여야가 대립하던 청주시의회가 서로 양보하며 협치를 위한 발을 내디뎠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20일 제80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7명 정원을 초과해 8명인 도시건설위원회 의원 중 박승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재정경제위원회로 보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박 의원의 사보임은 여야가 모두 한 발씩 물러나며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서 김병국 청주시의회 의장은 지난 4월 임시회에서 도시건설위원회 이영신 의원을 재정경제위원회로 강제 사보임시켰다.

이영신 의원은 지난해 말 옛 청주시청사 본관동 철거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다른 3명의 민주당 상임위원장과 함께 도시건설위원장직을 사임했었다.

이에 이영신 의원이 제기한 강제 사보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며 도시건설위가 정원을 초과해 8명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 의장은 재차 강제 사보임안을 직권상정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지 못하면 다시 이영신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박승찬 의원이 사보임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되고 이 안을 김 의장이 받아들이며 합의 통과됐다.

그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여야가 한 발씩 물러나자 극한 대립을 막고 해묵은 갈등을 일단락시킬 수 있었다.

각자가 살아 온 세월만큼 자신의 주관도 뚜렷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도 확연하다.

정치적 신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청주시의회는 42명의 의원으로 구성됐다.

크게는 자당 내 정치적 상황이 다르고 당내에서도 지역구 현안에 따라 의원 간 정치적 입장을 달리할 수 있다.

십 수명 의원의 의견을 하나로 묶고 다른 당과의 이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철회 촉구 결의안 부결 등 중앙정치와 관련된 사항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시민을 위한 정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의원들 한 명 한 명이 시민을 중심으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고 조금 넓게 지역구와 청주시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3대 청주시의회가 출범하지 꼭 1년을 맞고 있다.

장병갑 사회부장
장병갑 사회부장

지난 1년간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며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현안에 적극 대처해 왔다며 청주시의회는 자평하고 있다.

과연 시민들도 이에 동의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3년 '상생'이라는 큰 그림으로 함께 걸어가는 청주시의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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