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중 하나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각 계절이 지닌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사계절은 사실상 뚜렷한 여름과 겨울 사이에 봄과 가을이 시간의 흐름 속에 머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면서 기존의 계절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100년간의 기상기후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기후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니,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서 기온이 6.3도 상승하고 여름이 170일로 길어질 것이라 한다. 1년이 365일이니, 1년 중 절반에 가까운 날들이 여름이 되는 셈이다.

여름에 우리나라의 더위가 강해지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이 형성하는 열돔현상 때문이다. 해들리 순환의 수렴에 의해 발생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여름철 유라시아 대륙의 지표 가열로 생성된 열저기압의 상공에서 발생하는 티벳 고기압에 의해 상하층에서 열이 가득한 거대한 돔을 형성하면서 더위를 강하게 하고 오랫동안 지속시킨다. 이러한 더위는 최근에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이번 여름에는 얼마나 더울까?'이다. 여름에 우리가 느끼는 더위는 폭염과 열대야라는 이름으로 체감할 수 있다. 폭염(暴炎)은 한자 그대로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한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을 폭염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밤을 열대야라고 정의하고 있다. 폭염의 강도가 살인적인 수준으로 강해지고 있고 폭염일수도 길어짐에 따라 그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폭염과 열대야는 태풍, 폭설, 폭우 등 다른 위험기상과는 다르게 현상적으로 심각한 재난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는 맑은 날 일상 속에서 발생하므로 시각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그 피해가 단시간에 강한 힘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개구리가 끓는 물 속에 들어가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는 위기인 줄 모르는 끓는 물 속 개구리(Boiling Frog) 효과와 같다.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규정된 것은 2018년부터인데, 이는 폭염이 자연재난 원인별 인명피해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22년 온열질환자는 1천564명으로 2021년의 1천376명보다 13.7%나 증가하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폭염과 열대야가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한 인명, 재산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열섬현상의 심화는 폭염과 열대야를 심각한 위험기상으로 확대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 상승과 노인 인구의 증가는 여름철 더위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폭염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기상예보 및 폭염특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단순히 기온만이 아닌 습도까지 고려하여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인 체감온도를 기반으로 하는 폭염특보를 정식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에도 폭염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평소 날씨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기상청은 또한 분야별로 취약한 정도에 따라 위험 수준과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영향예보도 제공한다. 폭염의 경우에는 취약 대상인 농촌 어르신, 장애인, 야외 및 외국인 근로자 등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폭염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그늘, 휴식'이다. 이를 유념하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상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폭염과 열대야로부터 안전한 여름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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