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에서 학생은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사회를 이끈 4.19 혁명과 6.10 민주항쟁의 주역이다.1960년 3월 15일 경남 마산에서 이승만 정권이 권력 연장을 위해 저지른 3.15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마산 민주화 운동이다.학생들과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선거를 다시 하라'며 외쳤다.이날 경찰의 발포로 12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같은 달 4월 11일 행방불명된 김주열 학생이 마산 앞 바다에서 경찰이 쏜 최류탄이 눈에 박힌 변사체로 발견되자 마산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4월 18일에는 시위 중인 고려대 학생들이 정치 깡패의 습격을 받아 40여 명이 다쳤다.

4월 19일엔 전국에서 3만여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이승만 하야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총궐기했다.이날 아침 동국대학교 법학과 3학년 노희두 열사가 청와대로 향하던 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4월 25일에는 300여 명의 대학 교수들이 이승만 사임을 요구하며 학생 지지를 선언하고 시위에 동참했다.학생들은 경찰의 발포와 폭력 진압으로 사망자 186명, 부상자 6천여 명이 나왔으나 반독재 투쟁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이승만은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굴복해 4월 26일 대통령직을 내놓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학생들은 4.19 혁명에 이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1987년 6.10 민주 항쟁을 주도해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은 6.29 선언도 이끌어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학생은 독재 정권에 항거한 주인공이자 민주주의 상징이다.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자 학생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아예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취직이 어려운 시대를 사는 오늘 MZ세대의 자화상이다.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가 지난 5월24일부터 6월 5일까지 대학생 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4%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한국갤럽이 지난 2021년 실시한 18~29세 연령층의 정치 관심도 조사에서 전혀 관심 없음과 별로 관심 없음, 모름을 합한 정치 비관심층 47%와 비슷하다.

그 이유로 갈등, 다툼으로 점철된 진영 정치를 꼽았다.정치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 인식이 우세했다.한국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고 한다.MZ세대에게 정치인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싸움꾼에 불과할 뿐이다.

학생들은 정치권에서 MZ세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항변한다.선거철 표를 얻기 위한 립 서비스만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정부와 여야는 MZ세대가 무너지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충고를 깊이 새기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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