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 부담돼 집 나와… 카페는 비싸 갈 생각도 못해"

31일 청주 중앙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재원
31일 청주 중앙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냉방 안 되는 집이 더 더워서 거리나왔는데…"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31일 청주시 상당구 중앙공원에는 20~30여 명의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했지만, 푹푹 찌는 날씨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이성기(82)옹은 "냉방비 내기가 어려워 에어컨을 틀지 않다보니 집안이 더 덥다"며 "집에서 쓸쓸하게 있는 것보다 나무 그늘에서 동년배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매일 중앙공원에 온다"고 말했다.

A(68)씨는 "혼자 집에 있는 것 보단 이렇게 나와서 윷놀이라도 하며 더위를 잊는 게 낫다"면서도 "요새 너무 더워서 윷놀이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B(83)옹은는 "매년 더워지지만 무더위를 식히러 갈 곳이 없다"며 "카페 같은 곳은 커피 값이 비싸 들어갈 생각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중앙공원 인근에도 여러 카페가 있지만, 우리가 갈 곳은 아니다"라고 했다.

장마가 끝난 후 충북에는 4일간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충북에서는 올해 온열질환 관련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도내에서만 26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올해 온열질환 환자(64명)의 33%에 이르는 수치다. 이중 2명은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로 기록됐다. 지난 29일 제천시 신월동에서 농사일을 하던 70대 노인이 쓰러져 숨졌다. 숨진 원인은 열사병이다. 같은날 오후 3시엔 진천군 진천읍의 한 밭에서 일하던 80대 여성도 열사병으로 숨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는 곳이 많겠으니 수분 섭취, 야외활동 자제, 노약자·만성질환자는 건강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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