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형태 밀반입 수요 증가… 국내·외 공조체제 풀가동

 

편집자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 7월7일 취임 후 강조한 역점 현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출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통관지원을 위한 모든 관세행정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것과 날이 갈수록 대형화 되고 있는 마약거래를 원천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으로는 규제혁신을, 밖으로는 국제공조체제 강화를 통해 ‘마약청청국’이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부하고 있다. 취임 후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마약과의 전쟁’로드맵과 현황을 들여다 보았다.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마약퇴치 캠페인에 앞서 상반기 마약밀수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세청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마약퇴치 캠페인에 앞서 상반기 마약밀수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세청

 

◇꿈틀대는 마약거래 증가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에만 329kg 상당의 마약류를 국경 반입단계에서 적발했다. 이는 동기 대비 사상 최대치다.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고광효 관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2023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을 발표하고, 마약밀수 예방 현장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총 325건, 329kg 상당의 마약류를 국경 반입단계에서 적발해 일평균 2건에 가까운 마약밀수 시도를 차단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다소 감소한 반면 '중량'은 증가해 동기 대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관세청
자료제공=관세청

적발 중량의 증가는 'kg 단위(1kg 이상)' 대형밀수 증가에 따라 올들어 건당 적발량이 1kg을 넘어섰다. 이는 해외에 비해 훨씬 높게 형성된 국내 마약가격에 따른 높은 밀수유인의 존재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마약수요로 인해 큰 규모의 밀수시도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기존의 비대면 밀수경로인 국제우편·특송화물 적발 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를 계기로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집중되었던 마약밀수 경로가 여행자 대면밀수 방식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코로나 이전의 밀수형태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인 탓이다.

필로폰 등 주요 마약류뿐 아니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용 마약'이라 불리는 MDMA·케타민과, 야바(YABA) 등 외국인노동자의 수요가 많은 마약류의 적발 중량 역시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최근 사회 전반적인 수요저변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투약이 용이한 마약류(알약 형태의 MDMA·야바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밀수 증가와 맞물려 다크웹 등 음성적 온라인 거래를 통해 젊은 층의 접근이 용이한 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출발국은 미국 80kg, 태국 80kg, 라오스 39kg, 베트남 32kg, 중국 19kg 등의 순이다. 주요 마약류 출발국별 적발 중량이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동남아 국가들로부터의 밀수 적발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올해 상반기 진행된 한-태 양국간 '마약밀수 합동단속 작전'에 따른 글로벌 마약 공급망 차단의 영향과 함께, 동남아 국가가 주요 출발국인 마약류의 적발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광효 관세청장(오른쪽)이 개그맨 윤택(왼쪽)과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마약퇴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세청
고광효 관세청장(오른쪽)이 개그맨 윤택(왼쪽)과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마약퇴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세청

 


◇마약류 밀수단속 국제공조 성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마약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은 해외 관세당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합동단속 등 국제공조 활동을 벌여왔다.

국내에서의 밀수단속에 그치지 않고 주요 마약류 출발국과 합동단속을 실시함으로써, 세관직원을 직접 해외로 파견하여 국내로의 밀반입 시도를 사전차단하는 방식으로 국제 마약단속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해외 마약 수사기관과의 공조수사를 한층 강화하여 국제 통제배달*을 통해 올해 상반기 총 12건의 마약밀수를 성공적으로 검거했다. 이는 지난해의 공조 건수를 이미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미국으로 한정되어 있던 공조국의 범위가 독일·중국 등으로 확장된 것으로, 그간 관세청이 국제 마약밀수 단속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로 평가된다.

관세청은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4개월 간 태국 관세총국과 한-태 제2차 마약밀수 합동단속 작전(작전명: 사이렌(SIREN Ⅱ)을 펼쳐 태국으로부터 우리나라로 밀반입을 시도한 불법 마약류 49건, 72kg[야바(YABA) 46kg, 필로폰 12kg 등]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적발된 마약류의 총량은 21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고,13만 명을 중독시킬 수 있는 양이다.

이와 함께 관세청은 국민들을 상대로 마약의 심각성을 알림과 동시에 유통차단에 국민들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전국 주요 공항세관을 중심으로 출국 여행객 등을 대상으로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에서의 마약류 구매?반입 위험성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마약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4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고광효 관세청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마약퇴치 캠페인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관세청
고광효 관세청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마약퇴치 캠페인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관세청

지난달 24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열린 캠페인에는 일상 속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각종 체험형 부스를 운영과 마약탐지견 시범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미디언 윤택(본명 임윤택)씨가 참석했다. /장중식

 

[인터뷰] 고광효 관세청장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 최우선

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취임 일성으로 경기회복과 마약류 차단을 핵심 현안으로 꼽은 고광효 청장은 "최근 하루 평균 2건, 2kg에 가까운 마약밀수 시도가 적발되고 있어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난 2월 발표한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관세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고 청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마약류의 폐해를 인식하고 마약밀수 근절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 청장은 마약유통이 점차 세밀화되고 국제화되는 흐름을 보임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물론, 동남아지역까지 국제적 공조체제를 풀가동해 더는 국내에서 마약이 유통되지 않도록 전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세제 관료로 알려진 고 청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첫 세제실장으로 임명돼 법인세 부담 완화, 해외 배당 익금불산입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을 주도했다.

특히 세제개편에 포함된 해외 배당 익금불산입은 고 신임 청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 정책은 한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의 95%를 비과세(익금불산입)하는 것으로 최근 수출 부진을 만회한 주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세청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고 청장은 2003년 기재부(당시 재정경제부)로 자리를 옮겨 조세분석과장, 재산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등 세제실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 조세총괄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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