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무게 약 3.5톤, 동경 128.2도, 적도 고도 약 3만6천km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있다. 이 위성의 이름은 '천리안'으로 2019년 7월부터 기상현상과 지구기후 감시는 물론 우주기상을 관측하는 우리나라 두 번째 기상위성이다.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위성정보를 제공하기에 친숙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이 위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기상이나 기후, 지리정보 등을 관측하는 방법에는 원격탐사가 있다. 원격탐사는 물리적인 접촉 없이 대상의 성질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원격탐사는 위성을 활용한 관측으로, 우주에서 지표와 바다, 대기 등의 특성 정보를 관측하여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이는 곧 천리안 기상위성을 통해 북한지역의 구름이나 적설 정보, 해저 화산 폭발, 바다 안개처럼, 사람이나 관측장비를 통해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지역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에 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위성이 그 구름을 하루에 한두 번 관측한다면, 구름의 발달 과정이나 강수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천리안 기상위성은 최대 500m의 공간해상도를 가지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영역을 2분 간격으로 관측하여 기상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이렇게 위성으로 관측한 구름 특성, 강수 유무 정보 등은 위험기상 대응과 초단기 예보 생산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먼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라도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상청은 천리안 기상위성으로 태풍의 이동 경로나 발달 상황 등을 추적하는 특별관측을 진행한다. '2022년 태풍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총 25개였다. 이 중 힌남노를 포함한 5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는 평년(1991~2020년, 3.4개)보다 많은 수치다.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앞으로 기온과 해수면 온도 변화 등 여러 원인으로 더욱 강력한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태풍에 대한 정밀한 관측과 분석을 위한 천리안 기상위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천리안 기상위성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공간적 관측에 제약이 있는 드론, 항공기와는 달리 연속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끊임없이 지구를 관측하기에, 발생할 수 있는 산불을 탐지하며 산불위험도 정보를 생산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산불이 발생하면, 천리안 기상위성이 관측한 산불 발화 지점의 위치정보와 풍향을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누리집에 제공하여 산불 확산 대응에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기상청은 정부의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민간이 최초로 주도하는 후속 기상위성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31년 발사를 목표로, 체계적인 위성개발을 위한 기획연구와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며 세 번째 천리안 기상위성 개발사업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위성은 고해상도 관측, 인공지능 기법을 통해 보다 향상된 위성 활용기술 개발이라는 성과를 창출함과 더불어 기상위성 본연의 임무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지금, 이 순간에도 천리안 기상위성은 우주 저편에서 끊임없이 기상관측은 물론 기후변화와 기상재해를 감시하며 임무를 다하고 있다. 천리안(天利安), 그 이름처럼 하늘에서 이로움과 안전을 가져다주기 위해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상위성이 만들어 갈 미래를 기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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