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독특한 향기나 강렬한 맛에 이끌려 즐기고 좋아하는 기호식품이 누구에게나 있다. 커피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 마신다. 아내는 속상한 일로 마음이 불편하고 침울해질 때 커피를 마시면 기분 전환이 되는 느낌이 들만큼 커피 마니아다. 아내의 기호식품인 커피는 아내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공감해주는 권위 있고 명성 높은 심리치료사와 진배없다.

아내는 집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아내는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맛과 향을 좋아하는데 이 커피숍에 가면 산미 향이 나는 커피를 맛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더군다나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여 가성비가 좋아 만족감은 배가된다고도 했다. 나는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아내가 자주 이용하는 커피숍에 들러 아내에게 커피를 사다준다. 아내가 커피 원두만을 구입할 경우 커피숍 주인에게 "커피 한 잔 드릴까요."라는 말을 들을 만큼 아내는 단골손님이다. 아내가 커피를 살 때마다 나도 동행을 한 덕분에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커피 한 잔 드릴까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관심 받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는 날씨와 기분에 따라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고,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특히 아내는 커피 원액에 우유를 넣어 만든 플렛 화이트 아이스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평소 아내는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주 방문하는 커피숍에서는 유달리 커피를 마시지 않고 테이크아웃을 해가지고 와 집에서 마시거나,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 원두를 사가지고 와서 직접 내려 마신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커피 원두 200g을 구입한다. 언제인가 아내 는 커피 원두를 담는 종이로 만든 봉지가 멀쩡한데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깝다며 재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후 나는 커피 원두를 구입하러 갈 때 커피 원두를 담아 사용했던 봉지를 가지고 가서 커피숍 주인에게 건네주며 아내의 생각임을 전했다. 커피숍 주인은 이런 일이 처음이었는지 얼떨떨해하면서도 기분 좋게 웃음을 띠며 호감을 드러냈다.

커피숍 주인에게 커피 원두를 담는 봉지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새 봉지를 쓰지 않아서 비용이 절감되고, 봉지에 커피 원두 원산지 표시 등 번거로운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고맙기도 하겠지만 존중받고 배려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더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내의 배려하는 마음이 커피숍 주인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해졌음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커피숍 주인이 예전보다 눈에 띌 만큼 커피 원두 양을 더 많이 주었고, 더군다나 커피 원두 값을 20%나 할인해주었다며 아내는 흐뭇해했다. 커피숍 주인은 커피 원두를 더 주고 가격을 할인해주는 것으로 아내의 배려하는 마음에 화답했다. 아내와 커피숍 주인 간에 배려하는 마음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며 봉지를 재활용하려는 아내의 마음이 커피숍 주인에게 오지랖이면 어쩌지 라는 염려가 해소되었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에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아내의 배려하는 마음을 존중하는 커피숍 주인의 마음씨가 정겹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을 받았을 때 그에 상응하는 마음으로 화답을 하게 되면 긍정에너지를 서로 주고받게 된다. 하지만 배려가 배려로 오지 않고 배려가 속상함과 비난으로 오기도 한다. '배려가 지나치면 권력이 된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배려를 당연시하고 상대방이 자신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배려를 당연시하거나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다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살기가 어렵게 된다. 배려를 배려로 화답하는 관계는 성숙한 사람에게서 만나볼 수 있는 마음의 선물이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 원두를 담은 봉지를 집어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원두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향미처럼 커피숍 주인의 관대하고 겸손한 마음의 향기가 느껴져 행복해진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