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작성 충북 최초 발견… 음성 거주 유학자·유지 주도
필사본 '수록(隧錄)'에 존재 원본 찾기·안내판 설치 등 필요

 '수록(隨錄)' 표지. 관동의장 이필희격문(關東義將 李弼熙檄文) 부분
'수록(隨錄)' 표지. 관동의장 이필희격문(關東義將 李弼熙檄文) 부분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1895년 10월 8일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을 침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1월, 전국 유학자들에게 항일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 '음성통문(陰城通文)'이 발견됐다.

충북에서 작성한 통문 중 최초로 발견된 이 음성통문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쓰여진 것이어서 그 무렵 충북 유림들의 항일의식과 활동기록을 알 수 있는 조선말 항일의병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다. 무엇보다 일제의 감시 하에서 시해사건 이후 약 4개월 만에 통문을 돌리며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통문(通文)은 조선시대 민간이 결성한 단체나 개인이 같은 단체 또는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관심사를 통지하던 문서를 말한다.

음성통문은 한지에 먹물로 직접 쓴 필사본인 '수록(隧錄)'이라는 책자에 담겨 있는데, 책의 크기는 가로 19cm, 세로 30cm이며 앞 표지를 제외하고 35쪽의 분량이다.

이 책 1쪽에는 서사(誓辭) 병신 8월 15일(丙申 八月 十五日) 성력소치, 2~3쪽 관동의장 이필희격문(關東義將 李弼熙)檄文), 4쪽 예안통문(禮安通文·지금의 경북 안동시에서 돌린 통문의), 4~5쪽 안동통문(安東通文), 5~7쪽 재통(再通)·두 번 즉 재차 돌린 통문), 7~8쪽 진양통문(晉陽通文·지금의 경남 진주시에서 돌린 통문), 8쪽 음성통문(陰城通文·지금 충북 음성에서 돌린 통문), 8~11쪽 포고천하문(布告天下文), 12~23쪽 성리회통초략(性理會通抄略), 24~27쪽 갑신변복령후 시서사제자(甲申變服令後 示書社諸子), 27~35쪽 문행충신설(文行忠信說)을 담고 있다.

 '수록(隨錄)' 8쪽 '陰城通文'. 음성통문은 충북에서 발견한 최초의 통문이며 조선말 항일의병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다.
'수록(隨錄)' 8쪽 '陰城通文'. 음성통문은 충북에서 발견한 최초의 통문이며 조선말 항일의병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음성통문 작성을 주도한 발기인은 전군수 박해륜(前郡守 朴海崙), 진사 안병희(進士 安炳熙), 성규용(成奎鏞), 남조영(南祚永), 어재운(魚在雲), 반기홍(潘基洪), 반장주(潘章周), 반종우(潘鍾羽), 최정묵(崔靜默), 최계영(崔啓榮), 이학재(李鶴在), 이희경(李喜境), 박신영(朴臣泳), 안영수(安瑛壽), 성재상(成載尙) 총 15명이다.

이들은 당시 음성지역에 거주하던 유학자와 유지들로 짐작할 수 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중 반장주, 반종우가 태어난 마을이 음성군 원남면 보천리이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같은 항열(行列)인 반기홍도 원남면 보천리에서 출생했다는 점이다.

음성통문을 돌린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는 "나라 안으로는 역신들이 권력을 희롱하고 밖으로는 원수도적들이 틈을 엿보아 마침내 국모가 변을 당하여 500년 종묘사직이 위태하고 삼천리강토가 문득 오랑캐 같은 경우가 된 점을 통곡한다. 스스로 충성스런 갑옷을 입고 투구와 용기를 믿고 의리로 나아가 각각 하얀 칼날을 밟으며, 항심(恒心)을 가지고 가담동참할 것을 독려해 왕실의 부흥을 도모하게 사도(師道)를 드러내자"고 적고있다.

이같은 사실은 현재 개인 소장되고 있는 이 책이 한국학에 조예가 깊은 이상주 전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와 맥이 닿으면서 내용이 자세하게 밝혀졌다. 이 전 교수는 "당시 일제강점기 시대를 돌아봤을 때 음성통문 같은 서한은 일본 경찰이나 조선정부의 관리들에게 발각되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는 위험물이었다"며 "낱장으로 받은 통문을 베껴서 책으로 묶은 용기와 의지에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후손들이 이 글을 읽고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교수는 "따라서 음성통문 원본 찾기와 함께 반기문평화기념관에 조선말 항일투쟁을 실천한 음성통문에 대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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