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속협 전문가칼럼] 이혜정 기후에너지위원회 위원장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예요.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닙니다." 권원태 전)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원장은 올 초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현재의 문제이며 그도 강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비상사태'임을 강조했다. 굳이 기후전문가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의 위력과 폭염을 견뎌내면서 기후위기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2022년 구글 검색어 1위가 '기후위기'였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에 드리워진 기후위기와 두려움을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이 곳 한국의 전기요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전 세계는 가히 하나의 지구촌이며 공동의 집인 것을 실감하고 있다. 플러그만 꼽으면 쉽게 사용하던 전기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에너지에 새로운 인식을 하게 한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에너지이다. 현재 인류가 영위하는 모든 삶은 에너지의 이용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우리는 단 한순간이라도 에너지 소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전 지구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매장량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과다한 에너지 사용과 편리는 거꾸로 대기오염과 기후위기 등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런 폭염 속에서 빈곤 가구의 여름나기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은 현재 기후위기의 기여도와 취약성의 문제, 곧 에너지에도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한다. 기후불평등의 문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국가간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오롯히 존재하는 지역간 빈부간 세대간의 비민주적인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나라는 특히 1970년대 이후 줄곧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에너지 소비증가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충청북도 역시 에너지자급율이 6%에 불과하여 갈길이 멀지만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통한 기후위기의 대응 목표와 정책에 매우 소극적이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2016~2030년 모든 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공동으로 추진해 나갈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경제의 양극화와 불평등, 환경파괴 등 각국 공통의 지속가능발전 위협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 중 7번째 목표는 전 세계의 에너지 서비스 기회를 보장하고, 효율을 향상시키며, 재생 가능한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목표로 한다. 세계의 에너지 자원이 새로운에너지 관련 기술로 지형이 바뀌고 있으며, RE100이나 ESG경영 등 기업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한 목표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로 인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될 것으로 예견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 곧 에너지의 독점적 공급을 지양하고 지역에너지의 분산화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공간이 확장될 가능성과 그린뉴딜 등 생태적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재편을 기대할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다.

20년 전, 2003년 8월 22일 여름날은 우리나라 역대 최대 전력소비(47.385MW)를 기록한 날이다. 이 날을 계기로 에너지시민단체에서는 매해 8월22일을 에너지의 날로 정하고,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서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해 시민성을 확산시키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혜정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에너지위원회 위원장
이혜정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에너지위원회 위원장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8월22일 에너지의 날을 앞두고 지속불가능성의 한계보다는 지속가능한 실천과 참여로 더 많은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고싶다. "이대로는 안된다.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광장으로 모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면서, 지금 여기의 기후비상상황을 지속가능함의 가능함으로 이야기해보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