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윤순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반찬 좀 줘", "먹을 게 없으세요?", "응", "자녀분은 있으세요?", "혼자 살아", "자녀분은 몇 분이세요?", "나가 살아", "자녀분이 몇 분이세요?", "5남매", "근처에 사세요?", "몰라"

가슴이 아프다. 요즘 1930년대 태생 할머니들이 동에 자주 오신다. 대부분 귀가 어두우시고 무릎과 허리가 아파 간신히 걸어오셔서 반찬을 부탁하신다. 인지장애가 의심되는 분도 많다. 그러나 치매 검사를 권유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치매를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1933년생 어르신은 올해 90세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겪었고, 보릿고개를 거쳐 베이비붐 세대를 낳으신 분이다. 이 시기에 한 가정당 평균 출생 아동의 수는 5.2명이라고 한다. 어르신도 5남매를 두셨다고 한다. 다들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집에 자식들이 오냐고 하는 질문에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봉명1동은 현재 동 전체가 다세대주택과 원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7월 말 기준 전체 인구수는 9,218명에 5,684세대이며, 이 중 50세 이상 1인 가구는 1,245가구로 21.9%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1,530명으로 16.6%이나 흥덕보건소에 따르면 치매를 겪거나 의심되는 어르신이 흥덕구 내에서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봉명1동 새마을부녀회에서는 매월 손수 반찬을 만들어 준다. 서문교회에서도 반찬을 직접 만들어 후원해 준다. 꾸준히 후원해 주심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찾는 반찬의 수요를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관내에는 반찬가게가 없다. 유일하게 있던 한 곳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쌀 이외도 김치, 라면, 김, 된장 등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 후원이 들어올 때면 비상식량을 얻은 것처럼 곳간이 풍족해짐과 동시에 마음 한켠에 안정감이 든다. 직접 해 드시기 어려운 분을 대상으로 전화를 드리면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고맙다고 하신다. 나는 이 모습이 왜 이렇게 슬플까. 금이야 옥이야 기른 그 많은 자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밑반찬을 챙겨드려도 자식이 가져다주는 것만큼 맛있는 반찬은 없을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주시지 않는다'라고 했다. 효도는 때가 있는 법이다. 부모님이 계시다면 '내 부모님이 현재 불편한 점은 없는지' 힘겹고 어려운 시기에 낳고 키워주신 우리네 부모님을 돌봐야 할 때이다.

황윤순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황윤순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까마귀도 효를 안다는데 요즘은 '효'라는 단어에서 안타까움과 무색함이 느껴진다. 반포지효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의 효성이란 뜻으로 자라서 어버이가 길러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물론, 부모를 공경하며 모시는 분들이 훨씬 많겠지만 동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대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접 올 수 없다면, 하루에 한 통화 안부 전화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콜콜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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