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 113주년이 되는 아주 치욕스럽고 슬픈 날이다. 8·15 광복절은 국경일로 해마다 경축행사를 하고 있어 누구나 다 잘 알고 기리고 있지만, 8월 29일은 국치일로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버리곤 한다.

1910년 8월 22일 매국노 이완용(1858~1926)과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가 한일강제병합조약을 체결하고, 일주일 뒤인 8월 29일 대한제국 순종 황제의 칙령으로 이를 공표하면서 대한제국은 지도에서 사라졌고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래도 충신인 학부대신 이용직(1852~1932)은 "이 같은 망국안에는 목이 달아나도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반대하면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강제병합 조약 직후 역사학자이자 시인인 황현(1855~1910), 참정대신(현재의 부총리)인 한규설(1848~1930), 의정부 참찬을 역임한 이상설(1871~1917) 등 일부 지식인과 관료층은 이를 일방적 압력에 의해 이뤄진 늑약(勒約)으로 보고 극렬하게 반대의사를 표현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후 35년 동안 우리 국민은 일제의 억압적인 식민통치 아래 온갖 핍박을 당해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어야 했다. 우리의 말과 글도 사용하지 못하고, 강제로 창씨개명을 했으며, 젊은 여성은 위안부로, 청년들은 강제노동 현장과 태평양 전쟁터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거나 개죽음을 당했다.

친일 매국노 후손은 지금도 득세하고, 독립투사 후손은 대부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전국 수많은 곳에 친일파의 동상이나 기념물, 기념관이 아직도 건재하게 남아 있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해마다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기억하고 조기를 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망국의 원인을 밝히고, 앞으로의 국난에 대비해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국력을 최대로 증진해야 한다. 국력은 경제력, 국방력, 국민통합력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가장 큰 원인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세계정세와 고종(1852~1919)·순종(1874~1926) 황제의 무능, 이완용·송병준 등 친일파들의 매국행위에 있다. 실제로 일본은 1863년 명치유신을 계기로 문호 개방과 부국강병을 이루고, 서구 제국주의 침략정책에 편승해 무신(無信)·무력·겁박으로 조선을 강점했다. 고종과 순종 황제는 황실의 안녕과 보존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여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를 탄압하는 바람에 민력을 진작시켜 부국강병과 독립자주의 기초를 다지는 데 실패했고, 친일파들은 사리사욕에 혈안이 돼 한일병탄을 성사시키는 데 앞장섰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경술국치 113주년을 맞아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악행을 고발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한일 국교 정상화로 위안부, 역사교과서 왜곡, 강제징용 배상, 독도 영유권, 무역 역조, 강탈해간 문화재 반환 등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우리 역사를 반성하고, 민족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국가보훈부가 아직도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독립유공자들을 새로 발굴해 훈장을 수여하고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 4강국과 등거리 외교를 강화하고, 남북한 당국 간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남북한의 평화통일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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