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극심한 폭염과 폭우로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의 한여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초전도체 논란이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국내 연구진이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 관련 내용을 게재하면서 촉발된 갑론을박은 아쉽지만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얼마 전 과학저널 '네이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이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발표한 'LK-99'의 초전도 유사 현상을 규명한 결과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도 국내 7개 그룹이 시료 재현실험을 통해 국내외 연구 결과를 검토했으나 초전도체 특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LK-99와 같은 시료 제작이 상온 초전도체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논문 실험 결과들과 같은 특성값이 측정되더라도 이 물질을 상온 초전도체라 보기 어렵다고 부연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게 진짜 상온 초전도체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다', '빈 살만이 한국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게 될 거다'라는 식의 기대 섞인 추측이 난무했다. 증시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이 비록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지라도 꿈을 꾸는 것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낭만 희극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잘 발휘된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천재 음악가 멘델스존에 의해 멋진 서곡이 탄생했다. 피아노 연주곡 '결혼행진곡'으로도 유명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따려 했던' 인간의 도전적 의지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통해 그려졌다. 돈키호테는 18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성서 다음으로 많은 외국어로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한여름 밤의 꿈인가'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여름 밤의 꿈과 낭만, 동경을 통해서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되길 늘 희망한다.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과거 산업혁명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변화를 견인하는 에너지가 초전도체의 장점으로 쉽게 손실 없이 옮겨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치트키 역할이 기대된다.

캐나다 출신 핵융합 연구자는 LK-99가 사실이라면 경제적 효과는 최대 4조 5천억 달러(약 5천9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그간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새로운 꿈의 신물질에 대한 인류의 노력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추격형(Fast Follower) 경제성장으로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선도적(First Mover) 전략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정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두겠다고 천명했다.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80번째로 '지방 과학기술주권 확보로 지역 주도 혁신성장 실현'을 꼽았다. 지역 R&D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미래에 관한 한 우리의 할 일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노근호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과학자들에게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연구자들의 상상력과 도전 의식을 높이는 융통성 있는 제도는 기본이다.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다'던 스티브 잡스의 주장을 되새겨 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과학도들의 한여름 밤의 꿈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묘약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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