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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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항한 청주국제공항은 27년간 활주로가 단 1m도 연장되지 못했다. 항공기가 시간당 뜨고 내리는 횟수인 슬롯도 늘리지 못했다.

청주공항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공군기지에 민간공항을 지은 '민·군 겸용 공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제17전투비행단의 활주로 2개 중 1개를 같이 쓰고 있다. 그마저도 전투기 비행이 없을 때에만 가능하다. 또 민간항공기에 배정된 슬롯은 주중 6회, 주말 7회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70회, 제주공항 35회, 군산공항 20회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슬롯이 1회 늘어나면 하루에 항공기 24대가 더 뜰 수 있고 1년이면 8천760대에 달한다는 게 충북도의 계산이다. 승객으로 따지면 1년에 150만명이 더 탑승할 수 있다. 활주로가 1개 늘어나면 슬롯이 최대 30회까지 가능해진다. 공항활성화를 위해 슬롯, 활주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충북도는 민·군 공용 활주로(2천34m)에 대해 3천200m까지 연장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도 주기장 확충, 활주로 연장 타당성용역 등 108억원을 올렸지만 모두 빠졌다.

민·군 공항인 탓에 인근 주민들은 수십년간 전투기 굉음 속에서 소음피해와 정신적·재산상 피해를 떠안고 살아왔다. 군사시설에 따른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손실, 지역발전 불이익도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청주공항과 활주로를 같이 쓰는 17전투비에 전투기인 F-35 스텔스기를 20대 더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40대가 있는데 2028년까지 20대를 더 두겠다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일방적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6~7개의 슬롯에 겨우 지탱하는 상황에서 스텔스기 추가 배치는 절대 불가하다"며 "민군공항의 옹색한 처지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설 자리가 없다. 슬롯을 늘릴 수 없다면 민간전용 활주로를 만들어달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스텔스기가 추가 배치되면 활주로, 슬롯 이용이 더 어려워져 노선, 항공편을 늘릴 수가 없다. 이에 '민간전용 활주로 신설'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수요는 충분하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2022년 317만5천명 등 매년 증가세다. 특히 항공물류 수요 증가 속에서 98%가 쏠려있는 인천공항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커퓨타임이 없는 공항이라는 강점도 있다. 여기에 충청권 광역철도망이 2029년 완공되면 대전과 세종에서 접근성이 향상되고 청주공항~천안 복선전철도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돼 긍정적이다.

청주공항은 충청도 유일의 중부권 관문공항이다. 국회세종의사당이 건립되면 행정수도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청주공항 발전에 국방부가 발목잡아선 안된다.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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