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은행약관 129개 시정 요청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부매일 장중식 기자〕시중 은행들이 중대한 사유없이 금융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거래상 책임을 피하는 등 약관을 사용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7일 은행에서 사용하는 총 1391개의 약관을 심사해 이 중 129개 조항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제·개정된 은행약관 873개·저축은행 약관 518개 가운데 은행 113개(13개 유형), 저축은행 16개(7개 유형) 조항이 시정 대상으로 꼽혔다.

공정위는 지난 2월 '금융·통신 분야의 경쟁촉진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이번 조치 역시 관련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거래 약관을 심사, 소비자에 불이익한 조항을 시정토록 한 것이다.

공정위가 문제삼은 대표적인 약관 유형은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서비스의 이용을 중단, 제한 및 변경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사유가 추상적·포괄적이어서 고객이 예측하기 어렵거나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기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과 같이 계약 당시 고객이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포괄적인 사유로 은행이 임의로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게 하거나 고객에게 시정 기회를 주지 않고 별도 통지 없이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게 한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대면·온라인·모바일 방식의 은행거래 약관 중 은행이 고의·중과실인 경우에만 책임을 지는 약관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이나 인터넷에 장애가 생긴 경우에도 은행의 경과실 책임이 면제되고 이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고객의 이의제기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항과 고객의 예금을 은행에 대한 채무변제에 충당하기 위해 상계하는 경우 변제 대상 채무의 종류를 정하지 않고 은행에 채무변제 충당권을 포괄적으로 부여한 조항 등도 시정할 것을 주문했다.

공정위의 요청을 받은 금융당국은 은행에 시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각 은행이 약관 개정하는 데 3개월 소요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심사 진행 중인 여신전문금융(10월)·금융투자(12월) 분야에서의 불공정 약관도 시정을 신속히 요청해 금융 분야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해소하는 한편 업계가 불공정 약관을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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