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상을 받은 아홉 살 초등학생과 사회자가 즉석에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 친구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 착한 사람요. / 어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그런 사람요. / 왜 그런 꿈을 꾸게 됐어요? / 3학년 때 친구 엄마가 수업 중에 들어와 담임선생님을 폭행하는 걸 보고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랄게요."로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최근 학교 안팎에서 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다며 학부모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당하는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여 실추된 교권 회복을 위해 '교원의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위한특별법' 제정이나 많은 중대한 부작용을 일으킨 '아동학대방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의 개정을 위한 일들이 범국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수업 중에 상상도 못 할 일이 갑자기 벌어졌으니 이 광경을 지켜본 학생들의 충격이 얼마나 컸겠으며, 몇 날 몇 달을 두고 각종 폭력에 시달리던 교사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런 걸 두고서도 교육 선진국이라 자랑할 수 있을까?

세계가 인정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그것도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수업 중에, 이런 망나니들의 비교육적 행위가 오천 년 역사에 분(糞)칠하고 있으니 우리 교육이 내일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을지 저어된다.

자식들을 그렇게 키웠으니 그런 꼴을 보고 자란 그 꼴같잖은 위인의 자녀는 부전자전으로 물려받은 폭력으로 육갑을 떨게 뻔하다. 문제 부모에 문제 자녀란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이런 것들 말끔히 씻어버릴 수는 없을까?

선생님들은 학동들을 사람답게 만드느라 고생도 많이 하고, 속을 하도 많이 썩였기에 그 변이 너무 쓰다고 똥개도 안 먹었다는데, 돈 안 드는 공치사(空致辭)는 고사하고 은혜를 폭력으로 갚다니 너무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에이 몹쓸 인간말종(人間末種)들아!

자기도 제 자식 못 가르치겠다며 제발 사람 좀 만들어 달라고 학교에 맡길 땐 언제고,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찾아와 화풀이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맞대응이라도 하면 폭력 교사라고 펄펄 뛸 것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집으로 데려가서 자기가 가르치든지, 아니면 더 잘 가르치는 곳으로 보내든지 하면 될 것을, 몰상식하게 교사를 제집 강아지 나무라듯 하니 언제쯤 어디 가서 교육다운 교육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학교와 학생과 교사의 숫자가 얼마인데 어찌 학교 안에서 다툼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 문제들 학교와 학생과 학부모 삼자가 모여 함께 노력하면 해결이 안 될 게 없을 텐데, 역지사지의 배려를 모르니 이해가 안 되고,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우니 양보는 기대할 수도 없고, 제 자녀만 귀하니 상대방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교원들을 놀고먹는 집단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우리 선배들은, 스승님과 같이 길을 걸을 때는 그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존경했다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만,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으니 이젠 스승도 없다. 심지어는 그림자가 아닌 존체(尊體)를 짓밟아 뭉개려 든단다. 설마 그렇게까지 추락했을 리야! 선생님과 친하다며 언니라거나 형이라고도 부른다던데? 그게 더 좋다나? 어디로 더 떨어질 데는 없을까? 이젠 제발 그만하자.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들의 인권(敎權)은 짓밟혀 맥없이 무너져도 되는 건가? 그냥 그렇게 보고만 있으면 안 되죠? 그건 교육이 아니지 않습니까?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잖아요? 이모든 걸 바로 잡을 수 있는 어른께 현명한 지혜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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