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이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다시 찾았다.지난달에 이어 두 번 째 방문이다.성파 스님은 서예,서화,서화,도예,옻,염료,염색 등 전통 공예와 예술에 뛰어난 재능과 식견을 지녀 예술 승려로 불린다.청주공예비엔날레를 두 번이나 찾은 이유다.

스님의 공예 사랑은 남다르다.1983년부터 옻과 불교 미술을 접목한 개인 전시회를 10여 회 개최했다.민족 통일의 원력을 담은 도자 삼천불,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옻칠과 전통 자개로 재현한 수중 암각화, 10년 만에 완성한 16만 도자 대장경, 옻칠에 돌가루를 뿌려 그린 금강산도 등이 대표 작품이다.2017년에는 옻칠 불화, 민화, 서예, 천연 염색 등 전통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0년 청주 한국공예관이 주최한 옻 염색 초대전에 이어 10여년 만인 지난달 20일 청주를 찾은 스님은 눈에 띄게 발전한 청주시와 연초제조창의 변화상에 감탄사를 연발했다.스님은 비엔날레 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일상이 예술이면 예술 수준이 올라가고 문화 수준도 올라가는데 공예는 일상을 예술이 되게 해주는 존재"라며 공예 예술을 치켜세웠다.이어 "세상 곳곳에 있던 좋은 작가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한 장소에 모이게 해 관람객들과 만나도록 했다"며 강재영 예술감독의 안목과 노고를 칭찬했다.

보름만인 지난 6일 비엔날레 현장을 다시 찾은 스님은 "근래 들어 유리 공예에 관심이 많다"며 문화제초장 4층 유리 공방을 찾아 유리 공예를 체험했다. 공예 스튜디어 입주 작가와 대화에서는 "유리공예 작업 과정을 보는 것도 직접 해보는 것도 처음"이라며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7일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한 청주 흥덕사지와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둘러봤다.차영호 청주고인쇄박물관장은 "성파 스님은 직지 원본을 현 상태로 재현한 '현상 복제본'과 1377년 처음 인쇄된 상태로 복원한 '원형 복제본'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고 전했다.이어 청주시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임인호 금속활자장의 직지 주조 시연을 관람했다.

2021년 12월 불교계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은 1960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와 5·8·9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교무부장, 사회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5월에는 스님의 삶과 예술, 공부 이야기를 정리한 대담집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출간했다.스님은 이 책에서 "나는 출가 이후로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늘 행복하다"고 했다.그러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라. 항상 지금이 시작이다.오늘을 함부로, 허투루 살지 말라.촌음을 아껴 쓰고, 열심히 공부하여라.발길 닿는 곳이 학교이고 만나는 사람이 스승이다.죽기가 가장 어려우니 살기를 작정하고 살아라.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제 사회는 맹수들이 가득하다.국론 분열, 편 가르기, 내로남불, 아전인수하는 어리석은 놈은 정치를 하지 말라.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화합과 융화와 통합이다'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는 "정치권도 국민도 조금의 양보도 없이 자기만 옳다 우기며 싸우고 있다.맹수들이 사방에서 노리는 지금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란데 갈수록 분열만 깊어져 걱정"이라고 한소리했다.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친일 친일할 건가 그 때 왜 나라를 빼앗겼는지 처절이 돌아보고 이를 거울삼아 힘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성파 스님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민생을 외면하고 쟁쟁만 일삼는 정치권은 스님의 가르침을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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