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용민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 직지홍보팀 주무관

공직에 입문한 지도 벌써 햇수로 9년이 다 되어간다.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정말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고 또 그 과정에서 각종 공문서도 많이 접하였으며 시간이 지나는 것과 비례해 이제는 정말 낯익은 문장과 단어들도 참 많고 솔직히 때로는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문구들도 많은 것 같다. 만약 그 수많은 문장과 단어 중에서 가장 익숙한 것 중 한 가지를 꼽아 보라면 단연 '청렴'이란 단어가 아닐까 싶다.

공무원에 합격한 뒤로 청렴과 관련한 일들을 참 많이 겪어본 것 같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온갖 청렴 교육과 청렴 콘서트라는 이름의 교육 행사들이며 매달 어김없이 운영되는 청렴의 날, 아침마다 공직자용 업무 시스템인 굿모닝에 로그인하면 제일 먼저 뜨는 청렴 교육용 팝업창에 더해 청렴마일리지, 청렴메시지,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 같은(?) 온라인 청렴골든벨까지. 돌이켜보면 청렴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행되는 각종 업무나 사업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그냥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시정평가의 주요 항목 중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어 자칫 소홀했다가 행여나 불이익을 받을까 하여 신경 쓰는 항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떠오른다. 이토록 청렴과 관련된 각종 업무, 행사 등이 많음에 비례해 과연 공직자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청렴지수도 그만큼 나아지고 있는 걸까? 다행히 2016년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로 국가청렴도 지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하며 작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 지수는 63점으로 전 세계 31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국가 청렴도 1위 국가는 90점을 획득한 덴마크이며, 핀란드와 뉴질랜드가 87점으로 공동 2위, 노르웨이가 84점으로 4위에 올랐으며 싱가포르와 스웨덴은 83점을 받아 공동 5위라고 한다. 덧붙여 우리와 휴전선을 맞댄 북한의 경우 17점을 받아 최하위 수준인 171위에 자리했다.

이 같은 청렴도 지수만 놓고 보면 정말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청렴 수준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청렴을 강조해온 것과 비례하여 분명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은 맞는 듯 싶다. 반면 정치부패의 만연도를 측정하는 민주주의 지수는 21년의 71점에서 4점이 하락한 67점으로 되려 떨어졌다고 하고 여전히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횡령, 뇌물수수, 사기 등의 범죄 소식으로 시끌시끌한 것이 사실이기에 개인적으로 솔직히 잘 체감이 되진 않는다.

지용민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 직지홍보팀 주무관
지용민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 직지홍보팀 주무관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동안 실천해온 그 수많은 노력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해당 데이터가 증명해 주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참 다행으로 생각된다. 비록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으나 앞으로도 꾸준한 개선을 통해 청렴도 지수에서 최상위권 국가로 발돋움하여 실생활에서도 그 사실을 더욱 체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