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윤건영 충북교육감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선거공약인 아침 간편식 무상 제공을 위해 충북교육청은 최근 6개월간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전담반(TF)을 구성, 내년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도내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2년 교육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조사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경우 아침 식사 결식률이 11%대로 대부분 학생이 가정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등교한다. 중고생의 경우 결식률이 20~30%대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학업의 어려움으로 잠이 부족하고 입맛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70~80% 이상 상당히 많은 학생은 가정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학생들이 아침을 거르는 이유는 더 자고 싶어서,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서, 아침을 준비해 줄 사람이 없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답은 명료하다. 더 자고 싶거나 입맛이 없는 학생들은 아침 간편식을 희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침을 준비해 줄 사람이 없는 취약 계층 학생을 중심으로 가정으로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면 된다.

충북교사노조는 공약에 제시된 것처럼 학생 아침 간편식은 교원에게 업무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으로, 취약 계층 학생 등 꼭 필요한 학생에 대해 가정으로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6일 있었던 제2차 회의에서 도와 교육청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리 결론을 내놓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T/F 회의는 학교 제공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자리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간편식을 제공할 경우 학생과 교사는 지금보다 30분~1시간 일찍 등교해야 한다. 또 간편식 검수와 보관, 배식, 뒤처리, 학생 질서 및 안전 지도, 출결 파악 등 학교 구성원에게 업무가 부과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버려지는 수많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비닐 플라스틱 등 환경 문제다. 간편식 메뉴에 대한 선호에 따라 버려지는 음식은 상당할 것이고 간편식 제공 장소가 급식실이 될 경우 점심 급식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우려에는 답하지 않고, 인력지원 계획도 없이 교직원 업무 부과 없이 아침 간편식을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우리 사회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고 아이들을 위한 것이면 학교는 마땅히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일방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복지는 정의롭지도 못하며, 학교 노동 여건이 더는 악화되어서도 안 된다.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미래 노동자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침 간편식은 과연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는 행복한 정책일까? 아침 간편식을 먹기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까? 그보다는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식사하고 등교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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