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수현 오창호수도서관 주무관

2007년부터 영국의 Legatum 연구소에서 해마다 진행해 온 'Legatum 번영 지수'의 2023년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Legatum 번영 지수'는 국가별로 개인의 자유·투자 환경·경제적 평등 등 총 12개 지수를 종합하여 사회적 번영을 측정하는 지수로, 올해는 167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29위로 비교적 높은 순위를 보였으며, 교육 지수와 건강 지수에서 각각 6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 지수에서는 107위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드러냈다. 사회적 자본은 무엇이며, 사회적 번영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저서 '나 홀로 볼링'에서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들 간의 연결, 이를테면 사회적 연결망과 상호 호혜의 규범, 그리고 여기에서 생기는 신뢰성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은 사회에 속한 개인들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상대방을 어디까지 신뢰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번영과 사회적 자본은 일반적으로 비례 형태로 나타난다.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높을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이 증가한다. 한편 부정적인 형태의 사회적 자본은 특정 공동체의 이익만을 좇거나 비교적 약한 사회적 연결을 배제하기도 한다. 즉 2023년 Legatum 번영 지수는 서로 믿지 않는 시민이 많으며, 긍정적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세계적인 신뢰 전문가인 레이첼 보츠먼은 저서 '신뢰 이동'에서 공권력이 신뢰를 잃은 사례로 조세피난처로 '파나마 페이퍼스'를 예시로 들며, '제도가 사람들에게 신뢰받고 이를 유지하려면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 공정한 처벌이 주어져야 한다'라고 분석한다. 바꿔 말하면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함이 신뢰의 시작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가치가 바로 청렴이다.

청렴은 어떻게 사회적 자본 형성과 신뢰 수준 향상에 영향을 줄까? 정직하고 공정한 태도는 신뢰를 부른다. 청렴한 공무원과 투명한 업무 처리는 정부‧지자체 조직과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 중 하나이다. 만일 지금처럼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다면, 시민 사이의 신뢰 형성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어 사회적 자본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수현 오창호수도서관 주무관
이수현 오창호수도서관 주무관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는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다"라고 정의하였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우리 사회는 타인에 대한 기대도, 확신도 잃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 공무원이 청렴을 실천하여 시민에게 기대치에 맞는 확신을 줄 때다. 믿을 수 있는 공무원의 존재는 시민들이 사회를 신뢰할 수 있는 한 걸음이 되고, 건전한 사회적 자본 형성을 향한 기반을 다져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