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참으로 이기적이라고 한다. 동서양 구분 없이 부모의 사랑과 정성의 기(氣) 키움 속에 자기가 제일인 줄 알고 자라났으니 함께 한 세 살 적 버릇이 여든 넘어 백오십도 더 가는 것이리라. 우리 아이는 절대 안 그렇다고 강하게 부정해보지만 이미 인정해버린 걸 어쩌겠는가!

생존경쟁의 마당에서 이기적이라는 걸 시비하는 건 참으로 어리석다고 하겠지만 꼭 그런 건만도 아니다. 안 그런지 주변 한번 둘러보자. 분초 차이로 출생한 쌍둥이도 더 많이 먹으려고 싸우고, 형제간에 공짜 유산 더 받으려고 악다구니를 벌이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남의 생명줄까지 끊어가고, 하루라도 더 살려고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으며, 죽어서 자기만 좋은 곳에 가려고 모은 재산 다 바치지 않던가?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해야 하나?

평화롭게 잘사는 이웃 나라의 행복 여건을 강탈하고, 남의 종교와 이념을 제 편으로 만들려고 수백 천만의 목숨과 영혼을 공중 분해하며, 몇십 광년 밖의 위성을 차지하려고 발광하는 건 그저 비좁은 삶의 터전을 지구 밖으로 넓히려는 발버둥인가? 저 좋아서 하는 일 말리면 나도 같이 이기적인 게 되겠지?

세계적인 이목 집중으로 세계대전 일촉즉발 위기 상황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쟁탈전이 그렇고, 경제발전만 앞세우는 고래 싸움에 애먼 새우들만 기후변화의 날벼락을 맞고 있다. 힘자랑의 고래들도 결국엔 같이 넘어간다는 걸 모르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참으로 어리석고 이기적인 게 사람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계와 인류의 평화는 힘겨루기의 당김줄이었나? 똑똑하고 현명하고 영리한 초능력의 정치 이기주의자들이니 설마 그렇게까지야?

다다익선이라며 차고 넘쳐도 친구의 보물이 내 것으로 될 수만 있다면 그것마저 차지하려고 모색(茅塞)하는 게 사람의 이기심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걸 본 사람 어디 있나요? 있다면 그는 분명 탈 이기주의(利他主義)자 이십니다. 누가 방해하지 않았는데도 참새가 하는 일을 영특한 사람이 못할 리야 없지 않을까요? 적어도 참새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기와 이타는 다분히 상대적이면서 상호보완적이다. '상대보다 내가 더' 에서 비롯되는 이기가 '나보다는 상대가 더'의 이타로 변환시켜주는 데에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 고리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으나 이기가 발목을 꼬옥 잡고서 놓아주질 않는다. 슈바이처의 인술이 그런 거고, 마더 테레사의 사랑이 그러하며, 꽃동네의 거지 할아버지 최귀동의 인간애가 그런 게 아니던가?

이기를 벗어난 이들은 모두 나를 희생 헌신한 이들이다. 내 것(慾心)을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 내려놓고, 오직 나만 못한 처지에서 고생하는 동족(人間)을 위해 몸 바쳐 마음 바쳐 같은 상황에서 같은 고초를 함께 겪으며 죽기를 한하고 동고동락한 이들이다. 이기를 내려놓는 게 그래서 그렇게 어려웠으리라.

우리 주변에도 이런 분들은 참 많이 있었다. 이순신과 유관순의 애국심이 그랬고, 군번 없는 무명의 애국 투사 독립군과 학도병들이 그랬다. 그렇구나!

이기심을 내려놓으면 사람답게 사는데 자신감이 일어나 두려울 게 없단다. 누구에게나 제발 사람답게 살라고 당당하게 충고할 수도 있고, 정의롭지 못한 지도자나 자기 영달에 급급한 인사들을 꾸짖어 바르게 살아가도록 채근할 수도 있지만, 고치려 들지 않을 게 뻔한 인사이기에 빈말로도 권하지 않는단다. 혹시 자기보고 하는 소리 아닌가 하고 의심되거든 스스로 한번 눈을 감아보라.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똥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인다고 수양이 모자란 내겐 부처의 눈이 없으니 세상 사람이 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리라. 국민의 뜻이요 요구라며 목청 돋우며 게거품 물고 자욕(自己 慾心) 채우려는 이들이여, 제발 그것이 당신의 개 욕심 버리고 사람답기를 바라는 이타심의 발로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