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한식 수필가

이렇게 분주하게 산 날도 많지 않을 듯하다. 일요일 저녁부터 몸이 좋지 않아 월요일엔 중요모임에 가지 못했다. 수요일은 세종에서 아이들을 보기로 했는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해 서둘러 돌아왔다. 오후에는 아무 일도 못하고 방에서 끙끙대며 통증을 참고 있었다.

아내가 병원에 가잔다. 길고 지루한 과정의 초입일 듯 겁이 났다. 통증이 하늘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참고 견뎌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아픈 것은 견디기 힘들고 밤을 예상하면 끔찍해 병원으로 향했다. 온갖 환자들이 가득하고 필요한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내 자리가 생겼다.

코로나를 비롯해 기본적인 검사가 시작되었다. 수액봉지가 걸리고 혈액채취에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별다른 설명이 없으니 얼마간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이 밤은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병원에 입원할 것으로 예상하는 듯해서 물어보았더니 시간이 늦어 전문의는 없고 혈액검사 한 번 더 하고 초음파를 찍어야 할 것 같단다.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아 퇴원했다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왔다.

아침이 되어 서둘러 병원에 도착해 혈액검사를 하고 전문의를 만났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쓸개가 조금 커져있고 담도가 부풀어있어 담석이 의심스럽단다. 초음파 촬영으로 보다 정확히 보자고 했다. 다시 만난 의사는 간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으니 여기서 수술을 하든지 대학병원으로 가란다. 수술이 몹시 낯선데다 한 곳 진단만으로 불안해 하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갈 것을 권한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급성 담도염이었다.

집에 들르지 않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 자리를 배정받고 수액을 다시 달았다. 혈액검사와 더 정밀한 검사가 이어진 후 급한 대로 담도를 막고 있는 걸 제거한다고 했다. 어렵지 않다지만 적잖이 긴장이 된다. 응급이라 빈 시간에 해야 한다며 막내가 오자 곧바로 장소를 옮기고 제거과정에 들어갔다. 코에 관이 들어오고 치익치익 하더니 어느 순간 다시 응급실로 돌아와 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나 보다. 마취가 깨지 않아 흔들어 깨우며 많은 고생을 했단다. 구구단을 물어보니 대답은 하는데 맞는 게 없더란다. 선 채로 엑스레이를 찍었다는데 기억이 없다. 정신이 들고 병원생활을 예상하니 쉽지 않다. 불을 켜 놓고 밤에 많은 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쉽지 않고 들락날락 잠을 설칠 걸 생각하니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퇴원하겠다고 하니 월요일에 와서 검사를 하란다. 뭔가 몸이 붕 떠있다는 느낌이다.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이 몸에 더해져 변화가 생긴 것은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평정상태로 돌아오려면 몸에게도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퇴원이 끝이 아니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안 상황이 몸과 마음을 긴장하게 한다.

정상이 아닌 것이,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뱃속이 그득하다. 뭉근하게 배가 조금 아픈 듯도 하고 가끔 통증이 쌀쌀 느껴지기도 한다. 금요일 아침에는 수술 전과 비슷한 통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다시 병원에 가보라고 가족들이 난리다.

병원에 가기 전 알레르기가 있어 버섯 먹은 게 문제였다고 짐작했고, 그 후론 밀가루가 원인이라 여겼다. 병원진단은 전혀 달랐다. 담도를 막고 있는 것이 통증을 일으켰고 급성담도염이라 했다.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계속 내 짐작이 옳다고 여겼을 것이다. 얼마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알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다음 달에는 할 일이 많다. 건강이 받쳐주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쓸개에 단단한 것이 있으면 언제 통증이 몰려올지 모르니 원인치료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다. 그냥 눈 딱 감고 빨리 해버릴까 싶기도 하다.

최한식 수필가
최한식 수필가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하루 사이에 환자가 되고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게 삶이다. 병원은 가능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다. 한 주간을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온통 끌려 다니며 산 것 같다. 또 다시 이렇게는 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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