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몇 해 전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을 아내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부부는 전국에 있는 자연휴양림을 전부 다녀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여행을 갈 때마다 자연휴양림을 이용하고 있다. 누구나 풍수지리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가고 머무는 곳에 어떤 기운이 느껴지는지를 감지하게 되듯,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자마자 양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도 있고 음의 기운이 엄습하는 곳도 있다. 진안에 있는 운장산자연휴양림은 숲이 주는 좋은 기운에 이끌려 세 번이나 다녀온 곳이다. 진안에 갈 때마다 운장산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는 수령이 4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전나무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천황사에 들렸다.

언젠가 운장산자연휴양림에 갔을 무렵 딸아이에게 뜻밖의 좋은 일이 생겼다. 우리 부부는 천황사 대웅전에 들려 "딸 아이 잘 보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마음을 담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고, 아내는 평소대로 천원을 시주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고 숙소에 들어 왔을 때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천황사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께 절을 하고 나올 때 부처님이 눈을 흘기며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부처님이 그럴 리는 만무하겠지만 자격지심에 "딸아이에게 큰 복을 줬는데 복 값이 천원이 뭐냐"라며 꾸짖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아내와 나는 내내 마음이 심란하고 뒤숭숭했다.

다음날 우리 부부는 천황사 대웅전에 들려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아내는 어제 느꼈던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만원을 시주했고, 대웅전을 나서기 직전에 부처님 표정을 살폈다고 했다. 부처님의 입 꼬리가 올라가 환하게 웃고 계신 듯했고, "그래, 복 값으로 만 원 정도는 해야지"라며 흡족해하시는 모습이 느껴져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가벼워졌다고 했다. 아내는 어제 보았던 부처님과 오늘 보았던 부처님이 똑같은 분인데 마음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어제는 눈을 흘기시는 부처님으로 보여 지고, 오늘은 환하게 미소를 띠고 계시는 부처님으로 보여 졌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살다보면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마음이 평안해지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심리적인 마음의 역동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고 말했다. 고통스럽고 불행한 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듯, 불편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도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관점은 마음의 투사적 산물이다.

사람은 문제가 아니라 해석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한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미성숙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성숙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기도 한다.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일상의 희로애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듯,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마음의 평온과 불안이 결정된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감정과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긍정심리학자들은 행복의 50%가 타고난 기질, 10%가 조건이라면 나머지 40%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태도라고 말한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태도는 현상을 성숙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산물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마음과 감정에 따라 상대방이 우호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배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행복한 삶의 근간이다. 인생의 천당과 지옥은 수용적인 마음과 긍정적인 관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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