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조영의 수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경기 종목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경쟁자인데도 함께 박자를 맞추며 같이 호흡하고 즐기는'브레이킹'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춤도 운동 경기 종목인가, 의아했는데 항정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도 추가 된 종목 중 하나다.

브레이킹은, 브레이크 댄스로 알려진 춤의 장르인데 어반 댄스와 뛰어난 운동 능력이 결합한 댄스 스포츠의 한 형태라고 한다. 한 명의 선수가 춤을 추고 끝날 즈음 상대 선수가 도전하는 몸짓으로 답을 주고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건들건들 걷는 것 같은데 힘이 있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리듬 타는 몸짓은 부드럽지만 절도 있다. 동작 움직임의 각을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갈 때는 숨을 멎게 했다. 마치 아래에 있는 자석으로 떨어지지 않는 장난감처럼 관절 마디 하나하나가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것 같은 반복 동작의 놀라움도 잠시, 상대 선수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다시 새로운 음악과 춤에 빠진다. 춤으로 봐야 하나, 운동으로 봐야 하나. 처음에는 규칙도 모르고 낯설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차츰 음악도 선수의 표정도 보였다.

'카포'는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몸을 꺾는 동작이다. 상의가 살짝 목 쪽으로 내려올 때 허리와 가슴 사이 드러나는 맨살의 섹시함은 경기의 또 다른 묘미다. 응원하는 선수가 아니어도 헐렁하게 내려 입은 바지에서 느끼는 불안함은 아슬아슬하기만 하고, 인간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무궁함으로 무아지경에 빠진다. 경기인데도 두 선수 모두 응원하게 되는 감정은 소속 선수라는 유니폼이 없어서다. 승부의 공간인데도 자유롭게 즐기고, 음악과 선수와 춤과 내가 즐기는 혼연일체가 된다.

그래서일까. 마력처럼 이끌려 브레이킹 경기를 보고 있으면 나무같이 뻣뻣한 내 몸 깊이에부터 무언가 꿈틀거리며 자극했다. 음악도 낯설고 춤 동작도 날렵한데 나를 내 몸을 내 마음을 흔들었고 흔들렸다.

아름답다. 춤춰보고 싶다. 처음으로 느낀 감동이었고 도전하고 싶어졌다. 묘한 쾌감으로 다가온 브레이킹 결과는 2위였다. 자신만을 위한 시그니처 동작과 음악 표현 기술이 순위를 결정한다고 한다. 응원했던 1등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의 춤은 독보적이었고 멋있었다.

인간의 탄생 정자도 2등 그룹의 정자라고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려면 난자를 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정자가 없애야 하는데 가장 먼저 도착한 1등 그룹의 정자들은 온 힘을 쏟아서 힘을 잃는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늦어서 다행인 2등이 생명 탄생의 행운을 얻는 것이다.

인간 탄생을 위한 정자의 힘찬 움직임처럼, 브레이킹의 힘찬 도전도 춤의 영역에서 스포츠 종목임을 화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춤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했다. 거리의 춤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으로 다시 올림픽으로 도약하는 스포츠 브레이킹의 관심과 응원은 즐거움을 느끼는 지금부터다.

한마음이 되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사회 곳곳에서는 다시 분열과 갈등의 틈이 보인다. 1등이 되기 위해, 이기고 싶어서, 먼저이어야 해서 급하게 질주하고 있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돌아보고 자세히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과, 사람 관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일은 1등만큼 주목받지 못해도 2등은 여유로운 희망이 있다. 2등이어도 좋은, 2등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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