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라면조차 못먹는 규제 그만" vs 환경단체 "푸드트럭·주차장 불법"

편집자

'남쪽의 청와대'라 불리는 청남대(靑南臺)가 개발과 보존의 '갈등'의 중심에 섰다. 청남대의 각종 규제를 해제해 관광화해야 한다는 충북도의 구상과, 생태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청남대는 1983~2003년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며 국정을 구상했던 대통령전용별장이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청남대의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쟁점을 들여다본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남쪽의 청와대' 청남대(靑南臺) 전경. 면적이 축구장 257개를 합한 183ha에 달한다. / 중부매일DB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남쪽의 청와대' 청남대(靑南臺) 전경. 면적이 축구장 257개를 합한 183ha에 달한다.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도는 올해 청남대 국민개방 20주년을 맞아 '변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를 위해 청남대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9종의 규제에 대한 완화·해제를 정부에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충돌을 빚고 있다.

청남대는 대청호를 품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우리나라의 역사가 살아있는 대통령별장이 자랑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한 탓에 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려있다.

 

김영환 지사 "라면 먹게 해달라"

청남대를 둘러싼 공방은 지난 2월3일 김영환 충북지사의 페이스북 글이 시발점이 됐다. 김 지사는 "중국의 자금성보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보다 아름다운 청남대에서 커피 한 잔, 라면 한 그릇만 먹게 해달라"라며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열흘 뒤 윤석열 대통령이 청남대를 깜짝 방문해 규제 위주의 환경정책보다 과학기술로 수질을 관리하는 방안을 지시하면서 규제완화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0월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남대의 각종 규제 해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김미정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0월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남대의 각종 규제 해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김미정

이후 진척이 없자 도는 재차 국가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지만 청남대 진입로가 협소하고 각종 규제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66만5천727명이 방문했다.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수치다. 올해 관람객 목표는 100만명.

김영환 지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청남대는 앞으로 10만명, 50만명이 더 찾아올 국가정원"이라며 "청남대에 접근도 못하게 하고 식사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도가 최근 환경부에 건의한 청남대 개발 계획안은 6가지다. 첫 구상안은 청남대 주차장~제1전망대 350m에 40인승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39억5천만원. 아름다운 대청호반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하고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게 도의 생각이다.

두번째 계획안은 청남대에서 대청댐을 경유해 문의문화재단지까지 11.1㎞ 구간에 전기동력선을 띄우는 것이다. 사업비는 150억원. 100명이 탈 수 있는 도선 2대, 선착장 등이 필요하다.

보행교, 짚라인 설치도 구상중이다. 보행교는 초가정~큰섬(0.43㎞), 문산리~상장리(0.43㎞) 두 개 구간으로 210억원을 들여 860m 현수교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짚라인은 청남대 호반길~대청댐 600m를 왕복으로 오가는 방안이다.

다섯번째는 문의면 소재 청주시청소년수련원 부지에 7층 짜리 유스호스텔을 짓는 방안이다. 사업비는 600억원. 마지막 계획안은 청남대 내 대통령기념관 별관 2층을 리모델링해 식당, 카페, 매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와 별개로 도는 지난달 청남대 무인도 '큰섬'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초가정과 큰섬을 잇는 540m짜리 다리를 놓고 관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수원보호구역 등 9종 규제

청남대는 총 9개의 규제를 받고 있다. 물 관련 직접규제가 5건, 기타규제 4건이다.

가장 핵심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다. 식당과 숙박시설이 불허되고 취사와 야영, 수질오염폐기물과 분뇨를 버리는 행위가 금지된다. 건축물 신·증축, 개축, 이전, 변경도 안된다. 이를 어길 경우 수도법 제7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는 1980년부터 적용돼 43년째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남쪽의 청와대' 청남대(靑南臺) 전경. / 중부매일DB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을 끼고 있는 '남쪽의 청와대' 청남대(靑南臺) 전경. / 중부매일DB


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규제로 건축연면적 400㎡ 이상 숙박업과 식품접객업 불허, 800㎡ 이상 오수배출시설, 200㎡ 이상 폐수배출시설을 불허하고 있다. 1990년부터 환경정책기본법에 묶여 있다.

이외에 수변구역,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에 해당되고 '매우좋음' 등급의 수질보전이 필요한 수질오염물질배출허용기준적용지역에도 적용된다.

청남대 적용 규제 9건 현황
청남대 적용 규제 9건 현황

기타규제로는 자연환경보존지역, 산림보호구역, 가축사육제한구역, 야생동물보호구역이 있다.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 도시계획사업이 불가하다.
 

환경단체 "충청권 식수원 오염"

청남대는 1983년 지어졌지만 2003년 일반개방 전까지 민간인·외부인 출입통제구역이었다. 그 덕에 183㏊(축구장 257개 면적)에 조성된 청남대는 생태환경의 보고 자체다.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은 179㎢으로 전국 호수 중 가장 넓다. 충북 101㎢, 대전 78㎢이 포함됐다. 이곳에서는 행락·야영·야외취사 행위가 금지된다. 청남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0월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수원보호구역인 청남대 내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김미정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0월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수원보호구역인 청남대 내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김미정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충청권 환경단체들은 청남대 내 푸드트럭 운영, 옛 육묘장 부지에 조성한 잔디광장 주차장 등에 대해 불법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푸드트럭 운영 불가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푸드트럭 운영자를 모집하고 운영편익을 봐줬다면 충북도는 마땅히 수도법 위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독성 농약 사용도 문제로 제기됐다. 청남대에 2020년부터 연간 600㎏ 이상의 농약이 살포되고 있고 특히 생태독성 Ⅰ·Ⅱ·Ⅲ급에 해당하는 맹독성 농약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도법 위반 소지가 있다. 청남대에서 살포한 농약은 대청호로 유입돼 충청권 400만 시민들이 마시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연평균 농약 사용량 666㎏ 중 친환경 농약 4종을 제외하면 368㎏이라고 해명했다.

무인도 '큰섬'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를 오염시키려 한다"며 "환경부의 규제 검토도 없이 계획을 발표했고 큰섬의 행정구역이 속한 대전시와 협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올해 주요 변화는

청남대는 올해 개방 20주년을 맞아 업사이클링을 시도했다.

먼저 대통령별장으로 사용하던 본관을 리모델링해 1박2일 숙박공간으로 전면 개방했다. 89명이 이용했고 연말까지 135명이 이용할 예정이다. 대통령기념관 영빈관도 새단장해 컨벤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코리아 유니크베뉴' 공모에서 충북에서 유일하게 선정돼 컨벤션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컨벤션행사 총 121회를 유치했다.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주차공간을 기존 665대에서 1천640대로 늘렸다. 주차예약제도 폐지했다.

옛 경비초소였던 청남대의 1평 벙커가 '벙커피 갤러리'로 변신했다. 커피자판기가 설치됐고 미술작품이 전시돼있다. / 윤재원
옛 경비초소였던 청남대의 1평 벙커가 '벙커피 갤러리'로 변신했다. 커피자판기가 설치됐고 미술작품이 전시돼있다. / 윤재원

업사이클링 일환으로 20년간 방치됐던 경호·경비 초소(벙커) 2곳에 커피자판기와 미술작품을 걸어 '벙커갤러리'로 꾸몄다. 연말까지 수영장과 오각정, 솔바람길에 위치한 벙커 3곳을 추가하고 내년에는 90여개 벙커도 문화휴게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청남대로 진입하는 정문~노상주차장 460m 구간에 데크도 지난달 설치했다.

김종기 도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청남대가 정상 운영되기 위해서는 진입로 정체를 해결할 친환경 선박 운행과 보행교 건립, 휴게음식점 같은 편의시설을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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