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수지 청주시 상당보건소 소전보건진료소장

처음 진료소에 발령받고 물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당측정기로 나의 혈당을 재보았다. '110mg/dL' 정상 수치보다 높은 수치가 측정되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며 나름대로 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혹시 측정기에 오류가 난 건 아니었을까? 하면서도 요즘 나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았다.

시험과 코로나가 끝나고 늘렸던 모임으로 증가한 체중이 이유였을까, 아니면 식후에 마시던 달콤한 커피 때문이었을까? 다음날 아침, 가지고 있던 다른 측정기로 재어 보니 104mg/dL가 측정되었다. 어제보다 낮은 수치였지만 정상 공복 혈당이 100mg/dL 아래인 것에 비해 조금은 높은 수치였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것을 강조해왔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다음날부터 습관적으로 먹던 탄산음료와 달콤한 커피를 끊고 식후에 간단한 산책을 했다. 그 후에야 내 공복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 내로 돌아왔다.

요새 우리 주변에는 항상 설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흑당 버블티, 달고나 유행부터 약과, 지금은 10대들 사이에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다는 신조어인 '마라탕후루'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또한 골목마다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달콤한 대용량 음료 등도 인기다. 지금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설탕세를 도입하거나, 식음료에 전면 경고 표시를 적용하는 추세와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중고생 2형 소아당뇨 환자가 2년 전보다 24%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음식과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나고 신체활동이 줄며 비만과 그에 따른 대사증후군 문제도 심각해졌다.

당은 신체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과 조현병, 공황장애 등 우리의 정신 건강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당이 감정을 지배하는 뇌 속의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고, 자율신경계에도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단것을 먹으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었다가 단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호르몬이 갑자기 떨어지게 되면 실제로 불안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머리가 흐릿해지고 스트레스를 자주 경험하는 상태라면 설탕을 끊어야 한다. 실제로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즐겨 먹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발생률이 22% 높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주변에 당뇨에 대해 말해보면 '검진했는데 정상 수치다.'라며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홍수지 청주시 상당보건소 소전보건진료소장
홍수지 청주시 상당보건소 소전보건진료소장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젊었을 때 차곡차곡 쌓여 5년부터 20년까지 있다가 나오기 때문에 젊었을 때 피검사로 정상이라고 해서 나중까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지금 정상 수치인 것은 다행이지만 불변하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갑자기 설탕을 끊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줄여보고 식사 후에는 과일이나 디저트를 먹는 대신 산책을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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