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신도시 확장… 획일화된 삶의 공간 주목"

15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1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김지은 개인전 '화성N지구에서' 오프닝에 김지은 수상작가의 수상소감 및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재원
15일 청주시 상당구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1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김지은 개인전 '화성N지구에서' 오프닝에 김지은 수상작가의 수상소감 및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분양성, 가림막, 화성 놀이터, 그린벨트, 쇼룸, 재활용수거일, 도로방호벽.

제21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김지은씨의 작품 제목이다. 오는 12월 30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관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화성N지구'는 그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 화성(華城)시와 태양계 행성인 화성(火星, Mars)의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우민미술상 수상 후 1년, 그간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화성시 병점역 길목을 걸어다니면서 '화성풍경-가림막'이란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품과 대칭되는 작품으로는 '화성풍경-흙'을 완성했다. 지금은 번듯하게 택지개발이 완료됐으나 개발과정 속에 혹은 이면에 드러난 쓰레기 더미나 공사현장은 삶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나무'도 떠오르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청주는 오래된 것과 새로움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인식된다. 개발과정에서의 시간성에 주목하고 도시 이면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이 흥미롭다."

전시장에는 모델하우스 철거 직후 모습, 아파트 실내공간에서 보이는 창밖 터널, 종이로 만든 도로방호벽, 이케아 쇼룸 카탈로그를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방안 모습 등 사적인 공간과 바깥 풍경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이번 작업에서 주안점을 둔 지점은 무엇일까.

김지은 작가
김지은 작가

"대형마트 주차장이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는데 미국에서 만난 마트와 너무 닮아있는 풍경이 이상하리만치 낯익은 듯 생소했다. 준공된지 15년된 아파트에는 한국식 정자와 알록달록 플라스틱 재질의 미끄럼틀이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택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신도시가 확장되는 추세 속에 인간의 욕망과 획일화되고 있는 삶의 공간에 주목했다. 한국형 서버비아(suburbia: 자동차 중심의 미국 교외지역 생활양식) 관점에서 보면 주거지와 일터 사이 오가는 시간 대부분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에서 보낸다. 거주공간과 가상공간에서의 모순을 통해 제도화된 공간의 불합리성을 말하고 싶었다."

그가 그려낸 작업에는 토지이용계획도, 배치도, 평면도뿐만 아니라 화성탐사 로봇이 전하는 화성 이미지, 거리뷰, 위성사진도 등장한다. 제도화된 공간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 일상을 회화, 사진 콜라주 기법 등으로 표현해 온 김 작가가 향후 그려낼 작품이 기대된다.

"신도시에 살면 살수록 '젠더화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됐다 (섹스를 생물학적 성이라고 한다면, 젠더는 사회문화적인 성). 앞으로 이 공간의 젠더화 된 측면에 주목해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

 

김지은 작가 /윤재원
김지은 작가 /윤재원

작가 김지은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과정과 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크랜브룩 예술대학(Cranbrook Acedemy of Art)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개인전 '제도화된 풍경'(인사미술공간, 2005)을 시작으로, '소라게 살이'(대안공간 루프, 2011),'폐허의 건축'(두산갤러리 뉴욕, 2014), '궤적의 재구성'(블루메미술관, 2017), '집 같은 비장소'(갤러리 시몬, 2021) 등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스코히건, 미국), 타이페이 예술촌(타이페이, 대만),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창작스튜디오, 두산 레지던시 뉴욕 등 국내외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했다.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12), 제3회 두산 연강예술상(2013), 제21회 우민미술상(2022) 등 다수의 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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