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와 함께한 60년… 인생 여정의 전부이자 기쁨"

2000년 7월 영국 대영박물관 관장 및 동양부장 관계자들과 함께한 이융조 (오른쪽) 이사장. 이를 계기로 대영박물관에서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굴한 한국의 구석기 주먹도끼를 선보이게 됐다.
2000년 7월 영국 대영박물관 관장 및 동양부장 관계자들과 함께한 이융조 (오른쪽) 이사장. 이를 계기로 대영박물관에서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굴한 한국의 구석기 주먹도끼를 선보이게 됐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된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에 위치한 선사시대 유적인 단양 수양개 유적. 이곳을 발굴해 구석기 문화 연구에 앞장서온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올해로 발굴 60주년을 맞은 이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바람을 들어본다.

"구석기와 함께한 나의 60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1964년 11월 12일 연세대 사학과 대학원생으로 학과 조교로서 손보기 교수님과 함께 공주 석장리유적 발굴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벌써 60년이 지났네요. 이 60년은 내 인생 여정의 전부이자 기쁨이지요."

우리나라 구석기 연구의 선구자인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올해로 발굴 60년을 맞았다.

이융조 이사장의 발굴 인생은 크게 3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다른 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 사진을 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 이지효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다른 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 사진을 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 이지효

1기는 1964년부터 1976년까지 연세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생과 연세대박물관 연구원으로서 그의 스승인 손보기 교수에게 발굴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 받은 시기라 볼 수 있다.

그렇게 전수받은 발굴 노하우를 1976년 11월 충북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쏟아부은 시기를 2기로 볼 수 있다.

1976년부터 그가 퇴임한 2007년 2월까지 10년간은 역사교육과에서, 나머지 20년에는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교수로 보직하며 학생들과 함께 전국의 51개 선사유적을 새로 찾아 학계에 발표했다.

또 충북대 박물관 주임교수로 첫 보임받으면서 퇴임할때까지 박물관장으로서 박물관을 중심으로 많은 유적조사를 벌였다.

그때 발굴한 것이 청주 두루봉, 단양 수양개, 청주 소로리 등의 유적을 구제발굴에서 학술발굴로 전환시키도록 노력했으며 그 결과를 국내·외 학계에 발표해 왔다.

단양수양개유적 발굴 참여자 이름
단양수양개유적 발굴 참여자 이름

그 중 충주댐으로 발굴·수몰된 단양 수양개유적(사적 398호)을 중심으로 '수양개와 그 이웃들' 이름으로 1996년 처음으로 국제회의를 시작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까지 총 25회(국내 9회, 외국 16회)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국제회의에 참가한 나라만 181개 국가이며 발표 논문수가 486편에 달한다. 이중 수양개 관계 논문이 48편으로 전체 논문의 1/10을 차지했다.

층서학적, 고생물학적 맥락에서 한국의 고대 구석기 시대 산업 책 표지. 공동저자로 헨리 드 럼리, 이융조 , 박영철, 배기동 이름을 함께 볼 수 있다.
층서학적, 고생물학적 맥락에서 한국의 고대 구석기 시대 산업 책 표지. 공동저자로 헨리 드 럼리, 이융조 , 박영철, 배기동 이름을 함께 볼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수양개 발표를 위해 31차례 기타 국제회의에서 33편의 논문을 발표해 모두 56번의 국제회의에서 수양개 관계논문 81편을 발표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갖게 했다"며 "1985년 7월 김원용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중진들이 선사유적 교육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에 박물관 건립에 힘써 2006년 단양 수양개박물관을 개관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양수양개박물관이 개관하기 전해인 2005년부터 현재까지를 이 이사장의 연구인생 3기로 구분할 수 있다.

2005년은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을 개원해 선사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시작한 시기이다.

이 이사장은 "'박물관에서 구석기를 공부하자'는 평생 은사이신 손보기 교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박물관 개관에 노력해 괴산 명덕초등학교에 1982년 '향토학생박물관'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영동초등학교, 옥천 삼양초등학교, 청주 중앙초등학교, 단양 도담초등학교 등 5곳에 박물관을 설치했다"고 회상했다.

이 이사장은 이렇게 초등학교에 박물관을 만든 것을 가장 큰 보람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 1987년 중부고속도로 유적기념관, 2005년 충북대 박물관 이전 개관, 같은 해 충주 조동리박물관 개관, 2006년 단양 수양개박물관 개관, 2014년 고양 가와지볍씨박물관 등을 개관해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했다.

이 이사장은 1988년 충청북도 문화상(제30회 인문·사회과학분야)을 수상하고 무악학술상,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용재학술상, 국무총리표창, 운초문화대상, 옥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충북대 교수로 32년을 봉직하는 동안 51개의 선사유적을 발굴했는데 이는 충북대 교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당시 함께 해줬던 많은 제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때 참가했던 학생들의 이름을 비석에 적어 넣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단양 수양개 유적에 대한 집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지효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단양 수양개 유적에 대한 집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지효

그러면서 "이런 발굴과 연구 결과를 세계학회에 알린 일이 정말 의미있고 보람된 일"이라며 "이 일을 계기로 충북대가 단과대에서 종합대로 승격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43세의 나이에 충북대 박물관장을 맡아 많은 발굴과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점을 감사해 했다.

이 이사장은 1991년 충북대 선사문화연구소 주관으로 국제회의를 조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1994년 8월 중국 심양에서 동북아구석기문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1994년 7월 4일부터 9일까지 중국 심양서 열린 동북아 구석기문화 국제회의 당시 모습.
1994년 7월 4일부터 9일까지 중국 심양서 열린 동북아 구석기문화 국제회의 당시 모습.

그는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아 개최한 첫 회의로서 국내외 학자들이 모두 놀랐다"며 "우리 충북의 구석기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게 돼 내 인생에 가장 큰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00년 11월에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실 개실이 이뤄졌고 이때 단양 수양개에서 발굴된 주먹도끼를 전시해 한국의 구석기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또 2004년 일본 명치대 개교 123주년을 맞아 박물관 개관 기념 '한국의 수양개유적과 일본의 구석기문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 것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이 특별전을 계기로 일본 식민지 사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수양개 유적이 발견되면서부터 우리나라가 일본에 영향을 미친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발표된 481편의 논문이 체계화되고 단양군이 나서서 수양개유적에 대한 내용을 집적화 해 집대성하고 제가 보유하고 있는 많은 자료들이 수양개 박물관으로 가서 잘 보존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동안 많은 국제회의에서 수양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이 이사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단양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아내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오는 25일 단양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서

단양군과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사장 이융조)은 오는 25일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단양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리는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단양 수양개유적의 세계사적 위상과 활용'을 주제로 김문근 단양군수, 김영환 충북도지사, 조성룡 단양군의회 의장,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을 비롯해 한·중·일·러·폴란드의 중진 학자들이 참석한다.

이날 행사 1부에서 이융조 이사장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양개 Ⅰ지구의 40년'

주제로 기조 강연에 이어 배기동 한양대 명예교수(한국선사문화연구원 석좌연구원)의 '동아시아에서 수양개 유적의 위상'을 발표한다.

또 리콜라이 드로즈도프(N. I. DROZDOV) 러시아 시베리아연합대 교수가 '예니세이 시베리아 구석기 고고학 문화와 수양개 구석기 고고학의 기원'을, 마샬 발자크(M.Bartozak) 폴란드 우찌대 평생교수의 '한국의 수양개와 촐라드의 리드노 슴베찌르개 석기공작 유전 비교 분석'을, 이헌종 목포대 교수·조윤미 목포대 박물관 학예원의 '후기구석기시대 동북아시아 사냥도구와 수양개 Ⅵ지구 슴베찌르개 비교 분석'을 발표한다.

2부에서는 오타니 카오루(일본 도쿄도립대 교수)·암비루 마사오(일본 명치대 교수)가 '단양수양개 유적과 한·일 문화교류'에 대해, 이기길 조선대 교수가 '6만5000년 전 한국 서남부 구석기인의 석기제작 사례'를, 김권구 계명대 교수가 '단양 수양개 구석기유적의 활용과 지역발전'에 대해 발표하고 자유토론을 벌인다.

이 이사장은 "수양개유적은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뛰어난 석기제작 기술과 인지능력이 집약된 하이테크의 요람으로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학술회의는 한·중·일·러·폴란드의 중진학자들이 참여해 수양개유적의 세계사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향후 단양 역사문화연구·관광자원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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