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빨강, 흰색, 연두, 자주, 검정, 핑크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색의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마치 좌우로 흔들리는 무지개같다. 반짝 반짝 머리띠를 하고 체육관 천장에게 보란 듯이 힘껏 소리친다. 어느학생은 불빛가득한 봉을 흔들고 어느 학생은 손을 들고 화이팅이다.

11월 4일 본 센터에서 진행한 유학생 체육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대전의 9개 대학 외국인 유학생 920여명이 체육관으로 모였다. 8명의 학생들이 각각 끈을 잡고 모두의 힘을 모아 공을 높이 올리고 다시 힘을 뺐다가 모으고 또 다시 공을 받아 치며 높이 띄운다. 협동공치기를 하는 동안 같은 마음으로 공을 바라보고 같은 높이로 끈을 움직이려 애쓴다. 공이 떨어지자 아쉬워하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16명의 학생들이 길고 두꺼운 줄 옆에 줄지어 선다. 누구는 여기에 있는게 좋겠다 하고 누구는 키 순 대로 배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서로 서로 상대측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잡는다.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줄을 크게 돌리자 다함께 뛴다. 구령에 맞춰 점프했지만 금새 누군가의 발에 줄이 걸리고 말았다. '아~~'큰 탄식의 쉼소리가 체육관을 흔든다.

다음으로는 바구니가 등장한다. 어른 키만큼 쌓여있는 바구니를 향해 길게 길게 줄을 선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앞에 있는 사람이 뒷 사람에게 바구니를 전달하고 받는둥 마는둥 빠르게 빠르게 뒷사람에게 바구니를 전달한다. "키큰 사람 안으로 가는게 좋겠는데 다시 자리 바꿔!""Oh No!!" 작은 제스처에도 웃음이 났다.

체육대회를 하는 동안 준비과정과 결정해야 할 많은 순간들, 거를 수 없었던 긴장감과 스쳐지나가는 속상한 순간들이 학생들의 미소와 함성 때문에 그저 기억에도 없는 일인 듯 뿌듯하고 좋았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5년 넘게 근무하고 지금은 외국인주민 전반에 대한 서비스 지원 현장에 근무하면서도 이방인이 아닌 주민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매번 나는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 생각해보니 나는 대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고, 게다가 대학원까지 대전에서 다녔다. 대전 토박이다. 박사학위만 서울로 다녔을 뿐 내 인생의 9할 이상 대전은 나의 큰 산이다. 이런 나에게 지금부터 독일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아름다운 해외여행이라면야 언제든 좋겠지만 주민으로 살아야 한다면 꼭 그래야만 하는지 우리나라 한국에서 살면 안되냐고 다른 방법 없냐고 물어볼거 같다.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아무리 준비하고 준비해도 다른 국적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며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어려움, 이민자로서 가지게 되는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시민으로 적응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하여야 한다.

최근 「0시 축제」, 「UCLG 대회」 등 대전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노잼에서 꿀잼으로 '하루 여행이 참 좋은 대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센터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대전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살면서 더 느낀다"고 할 때 "교통이 편리해서 살기가 좋다" "k-pop이 좋아서 한국에 왔는데 대전이 참 좋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다행이다 싶다. 현재 본 센터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등록한 외국인들은 총 1,300여명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도시, 글로벌 시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이 주민이 되고 그들이 해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지금 공존하고 있는 그들과의 하루를 매일 매일 알아가고 같이 성장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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