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오늘도 한 초등학교 1학년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색연필로 알록달록 하트를 그린 쪽지랑 사탕 한 개이다. 쪽지만 받고 사탕은 돌려주려 하니 꼭 먹으라며 저만큼 달려갔다. 내가 하트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나보다.

한번은 문구점 근처에서 한 아이가 나를 보더니 열심히 뛰어왔다. 더운 날이라 아이의 이마에는 땀이 송송 매달렸다. 선물이라며 꼭 쥐고 있던 손바닥을 쫙 폈다. 손바닥에는 아주 작은 연두색 별사탕 한 개가 반짝였다.

아이는 별사탕을 빨리 먹으라며 내 얼굴 가까이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도 땀이 차서 사탕이 좀 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는 별사탕을 입에 쏙 넣고 "아! 맛있다."라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은 표정이다. 나는 최대한 숨을 참으며 별사탕을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정말 사탕이 좀 짰다. 하지만 그 다음에 단맛이 훅 났다.

"아! 달다. 고마워."

그러자 아이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신이 나서 달려갔다. 아이의 예쁜 마음이 사탕보다 더 달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보내 준 편지나 그림은 내 보물상자에 넣는다. 보물상자는 도톰한 작은 종이상자로 두 개나 된다. 자주 보지는 않지만 책꽂이 맨 위에 올려 진 보물상자를 아들 둘은 잘 안다.

두 아들은 어릴 적에 돌이나 깨진 유리조각이 예쁘다며 나에게 선물로 주곤 했다. 둘째는 깨진 유리조각을 얼마나 손에 꼭 쥐고 왔는지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처음에는 선물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처음 봤다. 나도 모르게 "우와!" 탄성이 나오고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은 특별한 선물이 된 셈이다. 이 특별한 선물은 내 보물상자에 들어갈 수 없어서 따로 큰 봉투에 잘 넣어 두었다.

"우와!"의 탄성이 나오게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작가초대로 만났다. 해마다 많이는 아니지만 작가로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난다. '작가초대'로 만남은 늘 설렘과 살짝 긴장이 된다. 특히 새로운 학교를 찾아갈 때면 더 그렇다. 그래도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즐거움이 더 많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갈 때면 아침 일찍 일어난다. 새벽형이 아닌 나로서는 부담이 되는 시간이지만 역시 새로운 만남을 상상하면 잠이 싸악 달아난다.

올해 '작가와의 만남'은 며칠 전 다른 지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면서 마무리가 됐다. 올해 마지막 만남이라 홀가분함도 있었다.

마침 가보고 싶었던 학교라 전날부터 행복했다. 몇 개월 전부터 담당 선생님과 책 선택과 준비물 등을 문자를 주고받았다. 친절한 문자 덕분에 더 기대되었다.

찾아간 날, 학교도 깔끔하고 아이들도 참 맑았다. 활짝 웃으면서 맞아준 아이들이 모두 들꽃 같았다. 함께 할 책 '세 마녀의 결혼 대작전'도 어찌나 꼼꼼하게 잘 읽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추웠던 몸과 맘이 사르르 녹았다.

그런데 내 눈에 쏙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플래카드였다. 그동안 보았던 플래카드랑은 느낌이 달랐다. 마치 플래카드도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담당 선생님이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함께 만든 플래카드란다. 아이들이 만든 플래카드는 처음이다. 책속에 나오는 세 마녀의 모습을 잘 살렸다. 깜찍한 세 마녀의 모습도 톡톡 튀면서 인상적이다. 책에서 세 마녀는 가장 큰 냄비에 옹달샘 물 세 바가지를 넣고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다음 젓는 모습이 나온다.

플래카드에 그 장면과 달이며 고양이도 재미있게 배치했다. 그러고는 큰 글씨로 '김경구 작가님 환영합니다'라고 썼다. 이 플래카드를 본다면 그 어떤 작가라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플래카드라면 그 어떤 환영보다 좋지 않을까 싶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시간을 마치면 '2탄도 만들어 주세요,' 또는 '우리학교에 또 와 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더 열심히 써야겠단 생각이 번쩍번쩍 든다. 저 학년 같은 경우는 2시간 정도 정들었다고 가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만남에서 헤어짐까지의 시간도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특별한 선물을 참 많이 받았으니 말이다.

새해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고 싶고, 특별한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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