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확보 용이한 충북대병원, 충주의료원 수탁·운영 검토"

 

편집자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필수의료 분야 중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등의 필수의료 분야들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또 의료 취약지역에 파견돼 순환근무할 의사들을 선발하는 제도인 공공임상교수제가 채용 미달을 겪으며 관련 예산 집행률이 17%에 그쳤다.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운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사업 성과가 부진한 것이다.
이처럼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과 지역의료 공백은 우리 의료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나름대로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시적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반응이다.
중부매일은 지역 공공의료 최 일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윤창규(69) 충주의료원장을 만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비롯해 우리 의료계의 심각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이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이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필수의료 영역 붕괴가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요즘 젊은 의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위험부담이 없고 경제적인 만족도가 높은 과목을 선호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점을 빼고 보톡스를 놓는 미용이나 성형 쪽으로 가는 젊은 의사들이 매년 수백 명이나 된다.

성형외과가 타 과에 비해 수입도 워낙 높은 편인데다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에 비해 의료행위에 따른 책임과 위험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의 과정까지 마친 의사 가운데 성형외과로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처럼 각종 유리한 조건들 때문에 필수의료 현장에 있어야할 아까운 인재들이 편하게 돈을 버는 성형외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 의료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대 졸업생 가운데 매년 40∼50% 정도는 여의사지만 이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 무의촌이나 공중보건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필수의료 의사 수급을 위해 여의사들도 필수의료에 근무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한다.

의사들을 필수의료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가조절을 통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직접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의사들이 민·형사상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해 줘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의사로서의 사명감만 요구하면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더라도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지역의료환경도 큰 문제다. 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 대부분의 의사들이 지방에서의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연봉 5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있다.

이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지역 의료계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과대학에서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별도 전형으로 의대생을 뽑아 지역에서 5∼10년 정도씩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의무 근무기간 이후에는 수도권으로 가서 근무할 수도 있고 개인 의원을 개업할 수도 있도록 자유롭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찬성하지만 이런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의대정원 확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충주의료원 전경
충주의료원 전경

의료공백이 심각한 충북 북부지역에서는 현재 충주 충북대병원 건립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견해는 어떤가.

- 지역의료환경 개선 차원에서 충주 충북대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충주 충북대병원 건립이 확정되더라도 최소한 8∼10년은 걸려야 정상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이 지역의 의료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충주의료원에 오랜 기간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진 부족 때문이다.

현재 충북대병원 의사 수가 340명, 인근에 있는 원주 세브란스병원 의사 수는 400명인데 비해 충주의료원의 의사 수는 불과 37명에 불과하다.

이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의사 확보가 용이한 충북대병원이 충주의료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형식은 크게 중요치 않다.

충북대병원이 충주의료원을 위탁받아 운영을 하는 방안도 좋고, 충북대병원과 충주의료원이 업무협약을 통해 운영하는 방안도 좋다.

이후 충주 충북대병원이 건립되더라도 두 병원이 역할을 분담해 운영하게 되면 지역의료 향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고향인 충주에서 충주의료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본인의 역할과 이행과제는.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이 건강강좌에 나서고 있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이 건강강좌에 나서고 있다.

- 오래 전부터 공공의료에 종사하기를 원했던 나로서는 충주의료원장을 맡으면서 고향에 봉사할 기회가 생겨 만족하고 있다.

만약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했다면 충주의료원장 공모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과의사지만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고향에서 1개월에 2회 정도 각계각층 시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교실 등을 통해 강의하고 있으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충주의료원은 지역사회와 협력체계 구축 강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의료 취약층에 대한 건강 안전망 구축과 미충족 의료서비스 지원,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각별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공공의료의 현실에 대해 진단한다면.


- 위급한 생명을 다뤄야 하는 의료는 사립이나 공립이나 모두 공공의 성격이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위기상황이다.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겉으로는 연봉이 많은 것 같아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공공의료기관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의사 확보 문제도 충주의료원을 비롯해 공공의료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당장 우리 병원만 보더라도 내가 취임한 뒤 15명의 의사를 영입했지만 이 가운데 90%가 60대 의사다.

지역 공공의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공의료는 미충족 의료서비스를 위한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다.

병원의 수익구조와 관계없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가 보장돼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끝으로 국내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충북대병원이 충주의료원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게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충북대병원이 충주의료원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게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공공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나는 공공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로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충북대학교를 방문해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이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 및 지역 의료격차 문제 등에 대해 제시했던 대안은 내가 건의했던 내용과 거의 일맥상통한다.

내가 건의했던 내용들이 실제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이 기폭제가 됐을 수도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방안이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운 의료현실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와 환자는 물론, 국민들과 광범위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보건의료체계 혁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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