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역사교육의 장'… 전통문화 잇는 특별한 장소
'지역민과 함께하는 미호강'의 미래 방향 잘 보여줘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미호강엔 특별한 곳이 있다. 미호강과 지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 같은 존재다.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다. 청주 사람들이 미호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정북동토성이 그곳이다. 정북동토성은 청주시 청원구 정북동 미호강 변에 위치한 대한민국 사적(415호)이다. 성벽의 전체 길이 675m, 높이 약 3~4.5m의 정방형에 가까운 평면구조 토성이다.

현재 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청주의 명소, 청주의 대명사가 정북동토성이다. 청주의 가볼 만한 곳, 사진 찍기 좋은 곳, 일출·일몰 명소, 애견인의 성지, 산책 명소 등 붙어 있는 수식어도 많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북동토성이 앞으로 미호강을 어떻게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정북동토성은 미호강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주 정북동토성에는 정비사업 때 남겨두었다는 5그루의 소나무들이 명물로 자라고 있다. 이 명물 소나무들이 토성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진 명소, 특히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사진은 겨울철 해돋이 장면. /김성식
청주 정북동토성에는 정비사업 때 남겨두었다는 5그루의 소나무들이 명물로 자라고 있다. 이 명물 소나무들이 토성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진 명소, 특히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사진은 겨울철 해돋이 장면. /김성식

 

마스터플랜이 기대되는 '진행형의 사적'

정북동토성에 관한 직접적인 문헌 기록은 없으나 1744년(영조 20) 승려 영휴가 집필한 '상당산성고금사적기(上黨山城古今事蹟記)'에 '견훤이 상당산성을 빼앗은 후 서문 밖 작강 변에 토성을 쌓았다'고 언급한 부분이 전해진다. 이에 의하면 토성을 쌓은 시기는 후삼국 쟁란기인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이뤄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안에 민가가 있었을 당시 민가 신축 현장에서 돌화살촉과 돌창, 돌칼 등의 유물이 나온 바 있고 성의 위치와 주변 여건이 비교적 초기 성곽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처음 축조 시기는 그보다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정북동토성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충북대학교 중원문화연구소, 충북대학교박물관 등에 의해 6차례 진행된 바 있다. 정북동토성은 3~4세기에 쌓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한 토성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북동토성의 성격이나 운영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진다. 문헌 자료가 빈약해 토성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적 자료를 통한 접근이 필요한데 아직도 많은 부분이 조사되지 않은 채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충북대학교박물관 측은 최근 정북동토성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매장문화재 조사와 함께 정북동토성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북동토성 발굴조사 마스터플랜' 수립 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북동토성은 학술적 가치 등에 따라 1990년 12월 충청북도 기념물(82호)로 지정됐다. 이후 청주시는 훼손되어 가는 토성의 성벽을 정비 보완하기 위해 1999년에 추가 조사를 진행하게 됐고 그 결과 같은 해 10월 사적으로 승격 지정됐다. 이어 2007년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정비사업을 진행했으며 2010년과 2022년엔 토성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잇따라 수립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친근한 명소'로 자리매김

청주지역 학생들이 정북동토성을 찾아 야외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정북동토성은 자연과 역사유적을 함께 접할 수 있어 어린 학생들이 즐겨 찾는 생태·역사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김성식
청주지역 학생들이 정북동토성을 찾아 야외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정북동토성은 자연과 역사유적을 함께 접할 수 있어 어린 학생들이 즐겨 찾는 생태·역사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김성식

정북동토성에는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주의 가볼 만한 곳'으로 입소문 난 이후 일부러 찾는 외지 관광객도 늘고 있다. 정비사업 당시 남겨두었다는 5그루의 소나무들이 토성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진 명소, 특히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 반려견을 키우는 청주 시민이라면 한두 번 정도 안 다녀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애견인의 성지이기도 하다. 흙으로 쌓인 성벽이 그리 높지 않고 성 안팎이 모두 잔디로 덮인 데다 주변이 평야 지대여서 사방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조망 때문에 산책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별한 위험 요소가 없고 자연과 유적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치원생부터 초·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야외 학습을 위해 즐겨 찾는 생태·역사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더욱 관심 끄는 것은 이곳이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특별한 장소란 점이다. 청주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과 추석이 되면 이곳에서 전통놀이 체험행사와 축제를 펼친다. 정월대보름이면 연날리기와 달집태우기, 부럼 깨물기, 활쏘기 체험, 국악·풍물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추석에는 연날리기, 활쏘기, 투호, 윷놀이, 굴렁쇠 체험, 소원지 쓰기, 솟대 만들기, 12지신 목걸이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행사와 문화공연을 진행한다. 역사의 터전 위에서 오랜 세시풍속의 전통을 되새김으로써 보다 의미 있는 대보름과 추석 명절이 되도록 하고 있다.
 

미호강의 미래 명소 '정북동 생태역사공원' 조성

청주시, 무심천·미호강 친수공간 마스터플랜도 추진

지난해 말 조성공사가 마무리된 청주 정북동 생태역사공원 종합안내도. 미호강과 정북동토성을 중심으로 쉼터와 관찰데크 등이 설치돼 있다. /김성식
지난해 말 조성공사가 마무리된 청주 정북동 생태역사공원 종합안내도. 미호강과 정북동토성을 중심으로 쉼터와 관찰데크 등이 설치돼 있다. /김성식

2023년은 정북동토성과 미호강 일원에 큰 변화가 찾아든 한 해였다. 청주시가 2023년 한 해 동안 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정북동 생태역사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인근의 문암생태공원과 연계해 생태와 역사가 어우러진 지역민의 쉼터로 조성한 이 공원은 미호강 최초의 생태역사공원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곳에는 6700여 ㎡의 잔디광장과 억새·갯버들·갈대 군락지, 쉼터와 관찰데크가 들어서 있다. 아울러 미호강 둔치를 따라 5.3km의 자전거 도로와 3.3km의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사업이 2023년 12월에 마무리되고 공원 안에 무심동로~오창IC 도로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2024년 1월 현재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공원 내 광장과 군락지에 심어진 잔디, 억새, 갯버들, 갈대가 자리 잡고 시민들의 이용률이 높아지면 당초 기대했던 쾌적하고 유익한 생태역사공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 관찰데크 등 주요시설이 들어선 미호강 둔치 주변이 황오리, 독수리, 흰꼬리수리 같은 각종 겨울철새가 날아와 휴식하는 주요 월동지란 점에서 이용하는 지역민들이나 관리 운영하는 지자체 관계자들이나 모두 각별히 유념해 줄 것을 주문한다.

청주시는 이와 함께 무심천과 미호강을 생태·문화·힐링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친수공간 마스터플랜을 추진한다. 청주시가 최근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어 공개한 무심천·미호강 친수공간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미호강의 경우 '자연과 역사가 흐르는 미호강'을 테마로 미호강 생태공원 편의시설, 문암 수변공원, 인도교, 미호강 노을전망대, 제1·2 오토캠핑장(정북동토성 인근), 천변 공연장 조성사업 등을 단계별로 추진한다.

전체 사업비는 2148억원으로 예상되며 사업 대상지는 청주를 관통하는 무심천 국가하천 구간(16.5㎞)과 미호강 국가하천 구간(29㎞)이다. 청주시는 이 사업을 지난해 말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예산 3300억원)'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생태가 더욱 잘 보전되고 문화와 힐링이 공존하는 차별화된 친수공간 마스터플랜이 차질없이 추진돼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사랑받는 미호강'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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