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규 사회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6개월 만인 지난 17일, 첫 재판이 시작됐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첫 공판인만큼 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방청에 응했다. 

청주에서는 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수십 명을 다치게 한만큼 여러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피고인은 감리업체 이산 소속 감리단장 A씨와 시행사인 금호건설 관리소장 B씨다.

앞서 이들은 미호천교를 확장 공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불법으로 철거하고 법적 기준보다 낮은 임시제방을 만들어 인명 피해를 유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B씨는 등장과 동시에 죄가 없는 것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며 재판장에 들어왔다.

B씨 측은 "부실 공사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혐의를 부정했다.

그는 "시공사로서 설계 노선에 따라 시공했고 그 전년도에도 임시제방을 쌓았고 충분한 높이를 쌓았으니 부실 제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범죄 혐의 자체를 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은 했다고 생각하지만 법의 허점을 다퉈 빠져나가려 하는 것일지 모른다.

판사도 부정하는 변호인을 향해 "법리검토가 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연거푸 했다.

변호인이 재판 준비가 덜 됐음을 알리자 판사는 시간을 충분히 줬음에도 법리검토 하나 안 된 변호인 측을 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판사도 이들의 뻔뻔함을 안 것일지도 모르겠다.

검찰은 임시제방에 대해 "공사 후 다짐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흙을 쌓아 올린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5분여 동안 그들에 대한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이들의 혐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급조한 임시제방은 법적 기준보다 3.3m 낮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정황이 이들이 사고 원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첫 공판인만큼 죄를 인정하는가 인정하지 않는가였지만 그들과 유족에겐 여러 의미가 존재했을 재판이다.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얼굴 고개 빳빳이 세우면서 죄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프다"고 유족의 감정을 대신했다. 

이재규 사회부
이재규 사회부

그동안 유족들은 시민단체 등과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힘들게 싸워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몸과 마음은 망가져가고 있다.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