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재밌게 안정정보 전달… 밈·챌린지로 MZ세대 공략"

편집자

최근 '슬릭백 챌린지'로 눈길에 넘어지며 빙판길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방관이 화제다. 이 소방관은 영화 '서울의 봄' 대사를 인용해 비상구의 불법 적치물을 설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최근 롤드컵(2023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나온 유명 밈인 '징동 다운'을 차용해 단순주취자는 비응급환자로 분류, 이송거절사유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밌는 안전 홍보 영상을 만드는 '소방관 삼촌' 나경진 소방교(34)를 만나봤다.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최근 슬릭백 챌린지가 뒤늦게 부상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소방관 삼촌은 최근 '슬릭백 챌린지'로 조회수와 유튜브 구독자 수가 급부상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올린 영상이 X(옛 트위터)를 통해 처음 화제가 되면서 380만 뷰의 조회수를 넘겼다.

소방관 삼촌은 "이렇게 많은 조회수를 찍어본건 처음"이라며 "많은 분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고 더 탄력 받아 영상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월 30일 기준으로 해당 조회수는 3만 300여회, 2만1천을 기록하고 있다.

구독자는 1천500명에서 600여명이 늘면서 30일 기준으로 2천140여명이 됐다.

댓글은 80여개가 달렸다.

"메세지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웃기지까지 한다", "올해의 광고상 감이다", "추운데 항상 고생이 많은 직업이다" 등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버 '소방관 삼촌'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경진 소방교 / 이재규
유튜버 '소방관 삼촌'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경진 소방교 / 이재규

"유행하는 밈을 영상에 녹여내려 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소방관 삼촌'은 최근 유행하는 문화를 모두 섭렵하는 트렌디함을 갖추고 있다.

그는 "가능하면 제가 밈을 모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충주시 유튜브처럼 쉽고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빅뱅 패치 이전의 메이플스토리를 구현한 메이플 랜드를 영상에 구현시켜 충북 안전체험관에서 모험을 통해 안전 지식을 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유튜버 말왕의 '장충동 왕족발 보쌈' 밈을 이용해 가정용 화재감지기 설치를 홍보한다.

최근 롤드컵에서 우승한 T1팀의 페이커 선수를 '기습 숭배'하는 영상도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나락퀴즈쇼, 홍박사 챌린지, 손웅정을 모티브로 만든 영상 등 유행하는 모든 밈을 섭렵하며 젊은 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다.

"쇼츠 이외에도 다양한 영상들이 많습니다"

나경진 소방교가
나경진 소방교가 "올해 목표는 재밌는 영상 홍보로 소방 안전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이재규

최근에는 쇼츠 위주의 짧은 영상을 찍기도 하지만 실제 화재, 구조 현장에 뛰어들거나 구급대원을 초빙해 다양한 영상을 리뷰하기도 한다.

주택화재 진압현장에서는 초반 펌프차 진입 전 소화기로 진압, 수관 전개 후 불을 신속하게 끄는 모습이 나온다. 이 과정 속에선 뒤에 있던 구조물이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도 나온다.

교통사고 구조 현장에서는 유압 장비를 이용해 찌그러진 차량을 피며 요구조자를 안전하게 구해낸다.

소방관 웹툰인 '1초'를 리뷰하며 실제와는 다른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첫 화에서 주인공인 호수가 맨손으로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데 실제로는 도끼 같은 장비를 이용해 유리를 깬 후 창문에 붙어있는 유리를 모두 정리해야 하거나 유리를 깬 위치도 중앙이 아닌 윗부분 모서리를 깨야 한다고 말한다.

로프매듭법을 알려주거나 기도가 막혔을 때 쓰는 하임리히법, 심폐소생술 등 일상 안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준다.

◇ 영상 제작에 대한 위기

나경진 소방교가 자신의 유튜브 '소방관 삼촌' 채널을 보고 있다. / 이재규
나경진 소방교가 자신의 유튜브 '소방관 삼촌' 채널을 보고 있다. / 이재규

소방관 삼촌은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퇴근 후 남는 시간에 영상 편집을 독학했고 카메라와 삼각대, 드론 등 여러 장비를 구매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짧은 영상이 아닌 5분 이내의 영상 제작을 목표로 했다.

초반에는 촬영과 제작을 위주로 제 3자가 출연을 하게 하거나 화재, 구조 현장 등의 1인칭 시점을 직접 편집했다.

하지만 영상이 전공도 아닌 그는 독학을 해야해 편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폰트와 자막 하나 하나 신경 썼고 완벽한 영상을 만들려 했다.

이렇다보니 업로드도 시간도 2주에서 한 달이 걸릴 정도로 느렸다.

출연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2019년 소방에 입문한 그는 청주서부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해 주로 영상 출연자를 이 소방서에서 구했다.

하지만 영상에 나오기 꺼려하는 소방대원이 많다 보니 점점 직접 출연하는 일이 많아졌다.

◇ 깨달음을 준 김선태 주무관의 특강

이러한 영상 제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시기에 지난해 10월, 충주시 유튜브를 운영하는 김선태 주무관의 특강이 충북도청에서 열렸다.

그는 특강 소식을 듣자마자 도청으로 달려갔다.

강의를 통해 공무원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대해 많은 공감을 얻었고 특히 아이디어나 안전 홍보 영상을 어떤식으로 제작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이중 하나가 "트렌드가 있으면 일단 탑승하라"는 말이었다. 이미 다른 일정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당장의 유행을 따라가라는 의미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롤드컵에서 나온 '징동 다운'이나 '팀장님의 페이커 기습숭배' 영상이었다.

영상 제작에 대해서도 긴 영상을 만들기 보단 쇼츠나 릴스 같은 1분 이내의 영상을 만들어 안전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 시청자도 잡고, 본인에게도 부담이 덜한 길임을 깨달았다.

이후 결과적으로 짧은 영상을 위주로 찍다보니 제작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고 스트레스를 받던 부분이 많이 완화됐다고 한다.

충북안전체험관에 파견와있는 나경진 소방교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재규
충북안전체험관에 파견와있는 나경진 소방교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재규

영상을 통해 소방 안전에 대해 재밌게 홍보하는 것이 소방관 삼촌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목표이다.

끝으로 그는 "제 유튜브가 잘되는만큼 소방 안전에 관한 홍보가 더 잘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구독자 50만, 100만까지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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