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병선 건국대 교수·충북먹거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요즘 농업 관련 신문에는 사과 수입과 관련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과일 가공품이 수입되고 있다.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에서부터 냉동딸기, 그리고 온갖 과일 주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정부가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이들 수입산 과일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물량을 크게 늘렸다.

그런데 이 불똥이 사과로까지 번졌다.

무관세도 아니고 아예 국내로 수입된 사례가 없는 사과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연초에 한 유력 일간지는 기상재해와 병해충으로 사과 생산량이 줄어 사과가격이 작년 대비 30%정도 올랐으니 당연히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가 미국과 뉴질랜드로부터 수입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에는 한 경제전문지가 수입장벽 때문에 한국의 사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글도 실었던 차여서 생산농가로서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과를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이유는 사과를 통해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농작물이나 관련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위험 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절차에 따라 현재 사과 수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한 경제지가 보도한 '세계 최고의 사과값'이라고 한 보도에도 허점이 있다.

가격의 기준을 kg으로 삼았는데, 우리는 사과를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많이 소비하다 보니, 큰 사과에 대한 선호도가 남다르다. 또한 당도 등 선별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벌크로 판매되는 외국의 사과와 값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어쨌든 농식품부가 나서서 사과 수입과 관련해 특별하게 진전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기상재해와 병충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터에 수입사과 보도로 놀랐을 사과재배 농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작년 10월말 충북북부에 내린 기습 우박으로 수확을 앞둔 300㏊에 이르는 사과밭이 초토화되어 시름에 잠겼을 때, 농민을 위로하고 시장에 팔기 어려운 사과의 판로를 개척해 내는 공동체 정신은 수입사과로부터 우리 사과를 지키는 것만큼 빛나는 일이었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충북먹거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충북먹거리위원회 공동위원장

다가올 설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시장에서 마주하게 될 사과를 보게 된다면 대견하게 자랐다는 칭찬의 마음과 이것을 키운 농민에게는 감사의 마음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약간의 변명(?)을 달아 못난이 사과로 선물로 보낸다면 받는 사람도 한번 더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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