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정아 내토중학교 수석교사

2023년, 나는 수석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학생들과의 수업, 내가 이끄는 부서의 업무에 집중했던 나의 일상에 선생님들을 살펴보고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추가되었다. '수석'이라는 두 글자가 나의 직위에 추가되면서 교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일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내가 선생님들의 학교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 '관찰'을 하게 되었다.

수석교사로서 처음 부임한 우리 학교는 교사들의 선호도가 낮은, 3년 미만의 저경력 교사가 절반이 넘는 어린 학교다. 나의 주요 '관찰' 대상인 어린 교사들은 비좁고 열악한 교무실과 춥고 낡은 교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재미있고 행복했으나 나의 어린 교사들은 짠내를 풀풀 풍기며 상처받았다. 서로를 알아갈 기회도 시간도 없이 자신도 점점 잃어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서둘러 먹거리를 마련하여 어린 선생님들과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신의 이야기, 학교 생활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글썽이던 나의 어린 교사들은 이내 활짝 웃었다. 내가 위로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들을 지속적으로 깊이 위로할 도구가 필요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을 제안했다. 제안 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1시간 만에 10명에게 연락이 왔는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40대와 50대 선생님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렇게 시작된 독서 모임 '봄날의 햇살'은 나에게 또 하나의 모임, 또 다른 '관찰'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육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뒤처짐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안에서 버텨내기 위해 짠내나는 인생을 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어리지 않은' 나의 동료들은 모여서 서로를 위로하고 지친 마음을 회복하면서 다시 힘을 내고 이렇게 23학년도가 지나갔다.

김정아 내토중학교 수석교사
김정아 내토중학교 수석교사

교사는 소금같은 존재다. 자신의 노고를 인정받지 못하고 감정 노동을 하면서도 가르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소금들. 우리 사회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보석들. 최근 어느 선생님의 희생으로 교사들의 고충이 인식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현실적, 법적으로는 보호받고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이런 소금의 고결함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소금이/바다의 상처라는 걸/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눈물이 있어/이 세상 모든 것이/맛을 낸다는 것을/ -류시화의 시 '소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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