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철 경제부 차장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민족 대명절 설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족들 만날 생각에 설레는 명절도 이젠 옛말이다. 고향을 오가는 비용에 선물 그리고 세뱃돈까지 얄팍해진 지갑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1월 소비자물가가 6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지만 물가하락을 체감하는 소비자는 찾기 어려웠다. 4일 청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육거리시장은 제수용품을 사기 위한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품을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선뜻 지갑을 여는 시민들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과일 가게 상인들과 방문 손님들 얼굴은 밝지 않았다. 유독 올해 설 과일 가격이 달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배·감 등 성수품 가격이 고공행진 뛰어올라 서민들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8%의 2.8배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과일 물가 상승률이 28.1%로 전체 평균 10배가 넘었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순으로 가격이 뛰었다.

과일값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극심했던 이상기후로 주요 과일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표 국민 과일이자 명절 주요 제수품인 사과와 배의 경우 봄철 개화기 땐 이상저온으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여름철엔 폭염으로 탄저병 등 병충해에 노출됐다. 수확 시기에는 태풍 등으로 낙과 피해도 많았다.

이처럼 날씨 등 생산량이 줄어들어 치솟은 과일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수입이 되지 않는 사과는 당분간 가격 안정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판매된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3만6천원이다. 1년 전 2만1천600보다 1만4천400원(66.7%)이나 올랐다. 그야말로 금(金) 사과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전통시장(37곳)과 인근 대형마트(37곳)를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 평균 29만8천392원, 대형마트 35만4천966원으로 집계됐다. 소진공이 설 제수용품 품목에 대한 가격 조사를 실시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박상철 경제부 차장
박상철 경제부 차장

치솟는 물가에 정부는 성수품 16개 품목 공급 확대와 예산 8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번번이 기후에 따른 신선식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정부는 기후대응품종을 개발하는 등 중장기 수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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