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매년 초 열리는 CES 행사는 한해의 기술 혁신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비전과 사업전략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올해 'CES 2024'의 주제는 '올 투게더(All Together), 올 온(All On)'이었다.

모든 산업과 기업이 함께 인류 과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비전과 산업·기술 간 영역파괴가 급속히 진행되는 트렌드에 모두 '접속(On)'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계적 기술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술기업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 중 311개,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84곳이 부스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역대 최대규모가 참여했다.

불확실한 미래 먹거리의 고민을 해결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CES혁신상을 받는 기업 수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K-기술력의 저력을 여실히 발휘했다.

'CES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의 캐치프레이즈는 '모든 곳에 인공지능(AI Everywhere)'이었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생성형 AI가 주목받은 이후 1년여 만에 각 산업과 기술에서 AI가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행사개막 전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인공지능, 모빌리티, 푸드·애그 테크, 헬스·웰니스 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 등 다섯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CES 2024'의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AI였다.

과거 AI가 컴퓨팅 기술의 한 분야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은 AI 없는 산업과 기술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변화에 직면했다. 예전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산업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던 것처럼,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AI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DX(디지털전환)를 넘어 AX(AI 전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가 AI와 탈탄소화라는 2개의 핵심 동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전과는 명백히 다른 슈퍼사이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CTA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10명 중 9명(86%) 가까이 AI와 친숙하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6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80% 이상이 AI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영역에서 AI 전환(AX)이 본격화됐다.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AI 기술이 탑재된 첫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AI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모바일 AI를 상징하는 선두 제품이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재편을 노린 게임체인저로서 관심을 끌었다.

기업들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출장길에 올랐다. 그동안 간간이 일부 지자체장들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올해와 같은 대규모 방문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은 AI, 인천은 스마트시티, 대전·전남은 과학도시·재생에너지를 중점 홍보했다.

지역을 알리고 미래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치열하고 적극적인 행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지에서 미래 스마트도시의 비전을 제시하고, 도시·기업간 첨단 스마트도시 기술을 교류하는 '서울 스마트 라이프 위크'를 오는 10월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리딩 도시, 내후년에는 허브 도시, 5년 후에는 한국판 CES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전 세계에 발 빠르게 공표했다.

노근호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노근호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CES 2024'의 최대 화두가 된 '온디바이스 AI'의 급부상으로 충북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AI 자체를 육성하기 위한 기술 진흥 전략 및 생태계 조성과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기술적 접근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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